국민이 깔아 준 방석
국민이 깔아 준 방석
  • 전주일보
  • 승인 2024.06.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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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수정 재 발의한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법사위원회를 열고 1호 법안인 채상병특검법안을 법사위에서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개원에 불참한 이유는 핵심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차지한 일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여당에 법사위원장을 내주었다가 애를 먹었기에 이번에는 작심하고 내주지 않았다.

법사위 등 11개 분과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은 나머지 7개 분과위원회를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 두었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출 과정을 진행하면서 아직도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에 미련을 두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독주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터무니 없는 생떼라고 일축하는 모양새다. 이 일은 국민의힘이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국회 192석을 차지한 것은 여당이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정부가 들어서고 거의 2년이 다 된 시점에 총선이 치러졌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은 윤정부의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 선거에서 국민은 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잘못하고 있으니 야당이 정부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국민이 무람한 정치에 분노하여 심판했으면 달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뜻대로 순응해야 옳다. 그런데 총선 후에 대통령은 잠시 야당을 만나는 제스쳐만 보이고 곧이어 원래 모습대로 돌아갔다. 채상병 특검법도 국회에 돌려보내 파기하게 했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꾸지람과 견제였다. 그래서 거대 야당이 되었고 국민의 힘은 간신히 개헌선을 넘어선 의석을 차지했다.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당이 국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건 무리다.

지금 대통령과 여당이 쥔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다. 법과 원칙을 잘 지켜 나라를 반듯이 세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표를 주었다. 그런데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파행을 거듭하니 국민이 분노하는 건 당연했다.

그 분노의 크기가 총선 의석으로 드러났으면 자숙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좋은 정치를 펴는 게 도리다. 그런데 잠시 달라지는 듯하더니 금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손에 쥔 권력을 내 마음대로 휘두르는 전철을 밟고 있으니 문제다.

여당은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정부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심중을 헤아려 나라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민이 나무라는 뜻으로 적은 의석을 주었으면 인정하고 반성하며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 올인하는 게 바른 태도라는 걸 자각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국민이 방석을 깔아주었으니 제대로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뜻을 헤아려 바른 나라로 가는 데 몸 바치는 멋진 국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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