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재난 예·경보 시스템 불법운용 '파문'
전북도 재난 예·경보 시스템 불법운용 '파문'
  • 신영배
  • 승인 2024.06.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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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전파관리소, "전북도 무선설비 접속 사용범위 무시하고 운용" 적발
- "마을 공지사항 전달용 간이무선국에 불법 알면서 접속해" 시정 권고
- 전북도, 불법 인지하고도 통합 추진 '부당한 통신행정' 적발돼

<속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주전파관리소(이하 전주전파관리소)는 본지가 보도(5월31일 자 1면)한 전라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연계 시스템 불법 운용과 관련, 무선 설비의 접속·사용 범위에 맞게 운용될 수 있도록 시정할 것을 전라북도에 권고했다.

전주전파관리소는 지난 5일 전라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방송 플랫폼이 마을 공지 사항을 전달하도록 허가받은 간이무선국에 불법으로 접속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적법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시정해 줄 것을 골자로 하는 공문서를 전라북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라북도는 지난 2021년 6월 전라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시스템 구매ㆍ설치 사업을 통해 도내 14개 시군과 연계하는 '통합연계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사업이 완료된 후 3년여 동안 제대로 된 방송은커녕 전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선 설비의 접속사용 범위’를 벗어난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관련 법령을 무시한 채,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주전파관리소는 향후 전라북도 14개 시·군의 마을 방송용 간이무선국을 대상으로 전파법 준수 여부를 전수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전주전파관리소는 간이무선국 시설자(이장·읍·면사무소)의 전파법 위반에 대해 처벌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전파법은 간이무선국 시설자가 ‘무선 설비의 접속사용 범위’를 위반하게 되면 최초 적발 시에는 1개소당 50만 원의 과태료 부과와 함께 영업정지 90일의 행정처분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고의가 아니거나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사결과 도내 14개 시·군의 간이무선국 시설자에 소정의 과태료 부과와 함께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되면 읍면동 시설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유는 전라북도가 읍면동 간이무선국 시스템에 전라북도 예·경보 통합시스템을 연계하도록 행정명령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지자체 관계자는 “과태료는 물론 행정처분이 이뤄진다면 전라북도의 지휘를 받아 지역 내 간이무선국에 전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시스템을 연계한 만큼, 원인을 제공한 전라북도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반문했다.

 

# 전라북도는 왜 불법을 감수하며 통합을 추진 했나?

전파법은 마을 방송용 간이무선국 접속·사용 범위를 마을 이장 또는 읍·면·동사무소 근무자가 마을 공지 사항을 전달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일선 시·군·구 재난 안전 담당 공무원이 재난을 예방하거나 대비·대응 및 복구에 관한 사항을 전달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처럼 마을 방송용 간이무선국 접속 및 사용 범위를 법령으로 한정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전파 혼신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혼신이란 통신망에 신호나 잡음이 유입되어 통신장애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통신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을 공지사항 간이무선국은 422Mhz 대역을 사용한다. 해당 대역대는 전국의 마을이 나누어 설정한 후 사용하게 구성돼 있다.

동 시간대에 같은 방송을 광역단위(전북도)에서 송출한다고 가정하면 대역대가 같은 방송 장비들은 반드시 혼신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다. 결국 정확한 정보전달을 할 수 없으며 민원 및 방송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마을 방송용 간이무선국은 주로 FM 라디오, 아날로그 TV, 지상파 DMB, 무전기 전송 등에 이용되며 국제전기통신연합이 할당한 무선 주파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국제법이 준용되는 셈이다.

따라서 전라북도에서 재난 예·경보 시스템을 마을 방송용 간이무선국에 연계해 방송하면 시·군·구 근무자 또는 마을 이장이 방송할 수 없게 된다. 즉 점유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전라북도)가 재난 예·경보 방송을 일선 시·군·구에 구축된 마을 방송(간이무선국)에 연계해서 방송하지 못하도록 전파법에서 강제하고 있다. 

즉 전라북도의 재난 예·경보 통합방송시스템이 시·군·구의 마을회관 등에 설치된 간이무선국을 거쳐 주택(댁내)에 방송하는 것은 전파법을 위반한 통신 행정이다. 

특히 전파관리소에서 시설자에게 간이무선국을 허가할 때, 전파법 준수와 공공복리, 주파수 공용에 따른 혼신을 감수하는 조건을 붙인다. 또 마을 공지사항 안내용 무선국 주파수와 목적 사항을 벗어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만큼 전파 혼신에 따른 크고 작은 부작용을 당국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전라북도가 지난해 여름(7~8월) 에 재난 예·경보 통합시스템으로 폭염 예방을 안내하는 내용의 방송과 익산시의 자체 방송시스템이 겹치는 바람에 방송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라북도는 왜 불법임을 알면서도 전북도-시·군과 연계하는 재난 예·경보 통합시스템 구매·설치 사업을 진행했을까 하는 합리적 의혹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전라북도가 특정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또다른 특정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부당한 통신행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권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다.

행정당국이 결심만 하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전라북도의회를 비롯해  감사위원회 등의 신속하고 정밀한 감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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