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의회 의장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의장을 하겠다고 나선다는 소식이다. 의장이 되면 여기저기 얼굴을 내미는 일에만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할 만큼 일이 많고 상당한 예우도 받는다. 도의회 의장이라는 정치 이력이 추가되는 건 덤이다.
이런 가운데 박용근(장수. 3선) 도의원이 의장 출마의 뜻을 밝히면서 공약으로 내건 ‘지방의원 1인 보좌관제 신설’이 화제로 올랐다고 한다. 도의원을 보좌할 보좌관을 두고 싶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말 타면 견마잡히고 싶은’ 의미로 들리는 말이다.
주민을 대표하여 도정을 감시하고 예산을 승인하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게 도의회다. 열성적으로 도정을 연구하고 간섭하려면 보좌관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으나, 그렇게 되면 단체장의 업무를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것이다.
박 도의원은 ‘꼼꼼한 예산 심의와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보좌관제 도입을 공약했다지만, 도민의 눈으로 보면 도의원에 지급하는 상당한 수당과 정책지원관, 전문위원등 기구와 거창한 사무실 공간조차 탐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미 도의회에는 정책지원관 20명과 전문위원 7명이 도의원들을 보좌하고 있다. 그런데 1인 1 보좌관이 또 필요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부득이다. 아마도 국회의원처럼 개인 수행비서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미 서울시에서 입법보조원을 채용하려다가 대법원이 ‘법령에서 지방의원에 대해 유급 보좌 인력을 둘 수 있는 법적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성사되지 못했던 일이다. 법에 없는 공약으로 도의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박 도의원이 1인 1 보좌관제를 공약하면서 ‘외부 행사에 다닐 때 사진 찍어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멀리서 출퇴근하는 의원들은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온전히 개인 수행비서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박 도의원의 말 가운데 ‘외부 행사에 다닐 때 사진 찍어줄 사람’은 자기 개인 홍보를 위해 사진을 찍어야 하는 데 그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이 말은 도민의 세금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방자치라는 이름으로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과연 지방행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역 정당과 국회의원의 뒷바라지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를 보좌하는 현재 기구 만도 차고 넘치는 조직과 예산을 쓰고 있다. 만일 박 도의원이 의장에 당선하면 공약대로 보좌관을 두겠다고 나설 것이고 전북도와 행안부까지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도의원들에게는 반갑고 좋은 일일지 몰라도 도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도세에 방만한 도의회라는 지탄을 받기 전에 과도한 꿈은 접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서민들은 오늘도 이른 더위에 땡볕을 피할 그늘도 없는 네거리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