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전주, 뜨겁고 즐겁게 맞이하자
5월 31일 전주, 뜨겁고 즐겁게 맞이하자
  • 김규원
  • 승인 2024.05.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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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전주에서는 듯깊은 두 행사가 열린다. 하나는 동학농민혁명군이 전주에 입성했던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는 ‘동학농민혁명군 전주 입성 기념 130주년’ 행사이고 다른 하나는 ‘2024 전주 문화유산 야행’이다.

정읍 고부에서 5월 11일 기포한 농민군이 무기력한 관군을 밀쳐내고 20일 만에 전주성을 함락했던 일은 세계 어느 역사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기층 민중 만의 힘으로 정부군을 굴복시켜 호남과 영남 일부 지역에 집강소를 설치하고 고을을 다스린 진정한 농민혁명이었다.

‘130년 전 그날, 전주성 바로 여기’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하는 이번 기념행사는 여느 해와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도 국민의 뜻에 거스르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정권이 건재하는 이상기류 속에서 당시 농민들의 함성을 기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31일은 썩어 무기력한 정부가 토색질이나 일삼는 관리들을 내보내서 국민을 도탄(塗炭)에 빠트리는 데 맞선 순수 농민들의 뜨거운 마음을 새롭게 이해하고 기리는 날이다. 그날의 경험이 4.19. 학생 혁명을 낳았고 5.18. 민주화운동을 이끈 원천이었다.

양반이나 정권 반대세력의 개입 없이 순수한 농민들이 폭정에 대항하여 일어서고 짧은 기간에 군대 조직을 만들어 전라도의 수부(首府)를 장악하는 위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던 건 당시 백성들의 마음이 농민군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폭구민(除暴救民) 척양척왜(斥洋斥倭), 폭정을 무너뜨려 백성을 구하고 서양과 일본 세력을 몰아내자는 농민군의 구호는 백성의 호응을 얻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포악한 양반들이 이끄는 관군이 농민군에 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31일 행사는 당시 대도소(大都所)가 있던 전주 감영터에서 기념식과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는 강의, 명창 공연 등을 진행하며 의미를 되새긴다. 가을에는 ‘제4회 세계 혁명예술 국제 포럼’을 진행하는 등 전주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행사를 진행한다.

동학농민혁명 기념 행사와 함께 전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이틀간 ‘2024 전주 문화유산 야행’을 진행한다. ‘다 같이 전주마블!’을 슬로건으로 한 이번 야행은 축제 현장을 보드게임판처럼 구성하고, 8개 분야 23개의 프로그램을 곳곳에 배치해 관광객이 직접 전주 곳곳을 누비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주시는 이번 야행의 6개 주력 프로그램인 △문화유산 전주마블 △문화유산 천년의 행진 △문화유산 열두 달을 쏘다 △문화유산 역사캠프 △경기전 좀비실록 △문화유산 콘서트 ‘풍류 한마당’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달하고, 현대적 계승·활용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5월 끝날 진행하는 전주시의 두 행사가 갖는 의미와 가치는 단순 놀이를 위한 축제와 다르게 역사에 바탕을 두고 시대정신을 되새겨보는 뜻을 지닌다. 직접 축제에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나름의 가치를 기억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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