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춘래불사춘
  • 김태완
  • 승인 2009.03.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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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군의 봄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벌써 3월이 지나 4월의 초입으로 치닫는 요즈음, 대단치는 않지만 언론이라는 ‘무거운 펜’을 쥐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이 봄날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세상여론을 듣다보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

원래 이 말은 한나라 때 원제의 궁녀로 있던 왕소군이 흉노족에게 시집가서 지은 시의 한 구절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구절의 주인공인 왕소군은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로 절세의 미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제의 후궁들이 많다보니 얼굴을 전부 볼 수가 없으므로, 궁중화가인 모연수(毛延壽)에게 후궁들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명해서 후궁을 낙점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후궁들은 모연수에게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예쁘게 그려주도록 뇌물을 상납했는데, 그 중 왕소군만은 뇌물을 바치지 않아 모연수는 그녀를 미워하게 되고 결국은 얼굴을 매우 추하게 그려 보여주니 황제는 왕소군을 곁에 두지 않았다.

그러던 중 흉노족의 왕 호한야(胡韓耶)가 한나라의 미녀로 왕비를 삼기를 청하자, 황제는 평소 그림을 통해 가장 못생긴 여자로 알고 있던 궁녀인 왕소군을 선택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는 날, 처음으로 실물로 그녀를 본 황제는 그 아름다움에 놀라 자신에게 거짓그림을 바친 모연수를 죽이게 된다.

하지만 이미 외교적 사안으로 결정이 났기에 흉노에게 시집을 가게 된 왕소군은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자신의 심경과 외로움을 담아 시를 지었는데, 바로 그 구절이 ‘춘래불사춘’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즉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로 정 붙이지 못하는 이역 땅에서 꽃을 대하니, 봄이 되어도 봄날의 설레임이 없다는 뜻이다.

이 봄날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 것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치솟는 사교육비에 서민들의 고통이 한층 더 힘들어지고,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정치권의 소식은 서민들 마음을 한층 더 춥게만 하고 있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는 한탄은 단지 왕소군만의 심경은 아닐 것이다.

4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봄날, 모니터에 앉아 봄을 이야기하는 필자의 심경은 그저 왕소군의 ‘춘래불사춘’만 되뇌이니, 그저 언제나 봄은 올지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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