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5월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 법안을 의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의회독재’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야당이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결의를 하는 게 독재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대로 해석하자면 여당이 반대하는 사안을 국회가 의결하면 다수당의 독재라는 뜻이다. 야당은 정부 여당이 잘못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아 맡은 역할을 감당하는 정당이다.
여당 맘대로 국회를 운영하려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었어야 했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 가까스로 개헌선을 방어한 정당이 다수당의 의사결정에 반기를 드는 건 무슨 논리인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 여당이 정치를 제대로 했으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었을 것이다.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에 108석만 준 것은 정부 여당이 국민의 눈에 들 만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정부 여당의 성적을 매긴 게 총선 결과다.
다시 말하면 야당의 특검법 강행을 비난하는 일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비난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하라는 일을 제대로 안 하고 멋대로 권력을 휘두른 데 대한 질책을 받았으면 처분을 달게 받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옳다.
잘못 처리한 일을 특별검사를 통해 조사하고 바로잡겠다는 데 ‘의회 독재’라는 말로 거부하는 태도야말로 문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려 한다면 그게 바로 ‘반역’이다. 나라 정치가 일부 공무원의 뜻대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나라의 모든 힘과 정책, 시책의 근본은 국민이다.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을 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기본이 국민의 뜻에 있다는 걸 상기하면 더 많은 설명은 필요 없다. 그래서 특검이 필요하다.
야당도 과거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민생에 끼칠 영향을 신중하게 따져보아서 여당이 내놓은 안이라 해도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의결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사안을 정부가 주도하여 정부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꾸려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중요 사안은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와 협의하여 국리민복을 지향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 여당이 멋대로 할 수 있던 시기는 다 지나갔다.
총선에서 간신히 1/3 의석을 확보했다는 건 지난 2년의 정치가 국민의 눈에 차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정치 성적표에 낙제점수를 받은 그 날부터 정부 여당은 태도를 바꾸고 매사에 국민의 뜻을 살피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런 원론적인 내용을 사설에 써야할 만큼 오늘의 정치는 헝클어지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잘못한 일에는 회초리를 맞고 반성하며 재발하지 않게 노력하는 게 정상이다. 회초리를 피하려고 산으로 도망치다가는 범을 만나 잡아먹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