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변단체 해체를 검토할 때
관변단체 해체를 검토할 때
  • 전주일보
  • 승인 2024.04.23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자치도의회가 지난 19전북애향본부 지원 조례 중 일부개정조례안을 재석의원 36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안은 전용태 도의원(진안)이 지난 17일 대표 발의하여 이틀 만에 전격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전 의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맞아 전북애향본부가 효율적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전북인의 긍지를 널리 알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애향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도민을 대표하여 전북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견제와 방향 제시를 사명으로 하는 전북자치도의회가 외려 관변단체 운영을 돕고 행정지원까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일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다. 묵은 시대의 잔재인 관변단체 해체 움직임에 역행하는 일이다.

애향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을 대신하여 중앙 정부에 항의하거나 도민 정서를 부추겨 행정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는 역할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그동안 도내의 유력 일간지들도 애향본부 역할에 대해 비판하고 해체를 주장했었다.

관변단체란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비영리단체를 말한다. 정부나 기관이 필요에 따라 설립한 뒤 의도적으로 육성한다. 기관()에 의지하는 단체라는 뜻으로 법정민간단체라고도 한다. 애향본부도 전북도가 설립을 조례로 정하고 있으므로 관변단체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관변단체로는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은 가장 크고 많은 지원을 받는 단체로 흔히 3대 관변단체라 불린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박정희 독재 시대에 새마을운동 본산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바르게 살기운동 본부는 전두환 독재 시대의 산물이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이승만 독재시대의 반공청년단에서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모두 독재시대에 독재 권력을 강화, 유지하는 도구로 시작되어 다음 정권도 그 조직을 활용하느라 존속시켰다. 그 바람에 오늘까지 이어오면서 재정을 축내고 정권의 필요에 따라 활용되었으나 민도가 높아진 최근에는 자주 활용되지 않는 듯하다.

3대 관변단체 외에도 숱한 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지역마다 지부 형태의 조직이 있어서 시골 감투의 하나로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장년층 이상 지난 시대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출입할 뿐, 젊은이들은 거의 단체 이름도 모른다.

전북애향본부 역시 이 시대에 필요한 단체인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늘 전국 최하위 수준인 전북 재정 형편에 특정 단체에 과도한 지원은 도민을 분노하게 할 뿐이다. 차제에 전북도와 각 지자체가 지원하는 단체 보조금이나 지원금도 재검토하여 정리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