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의 도시 남원, 옛날 솔 바람소리 태교 활용-
남원시 총무국장 (시인/수필가) 이 홍 렬
요즘 남원시가지에 대대적으로 소나무가 식재되고 있어서 온통 시내에 솔향이 그득히 풍기고 있다. 지난번 우연히 천년송 및 당산제 기원행사에 참여한 바 있다. 산내면 반선리 국립공원 뱀사골 입구에서 약 2.3키로 미터정도 꼬불꼬불한 비포장 오솔길을 따라서 덜커덩 덜커덩 올라 가다보니 해발 650미터의 지점에 와운교(臥雲橋)와 요룡대(搖龍臺)바위에 도착했다.
다시 말해서 요룡대는 마치 바위의 모습 자체가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요룡대라고 명명했으며, 또한 일명 흔들바위라고 불려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 왼쪽으로 약 1키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부운리 와운 마을에 드디어 도착했다. 우선 천년송은 마을 뒷산에 위엄스럽게 턱 버티고 서서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먼저 올라가서 천년 소나무의 근원경이 양팔로 세 아름정도 되었다. 중간에 와이자 모양의 천년송(千年松)은 마치 커다란 우산을 쓰고 있는 양 가지 하나가 쭉 쳐져서 지상 쪽으로 춤추듯이 늘어져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소나무를 가리켜 할머니의 나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약 2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한 아름정도의 할아버지 나무가 이웃하고 있으나 수세는 천년 송에 비하면 아주 초라하다. 이곳 할머니나무의 천년 송은 수고가 20 미터에 이르고, 뿌리 밑 부분은 6 미터이며 소나무 가지의 폭은 약 12 미터쯤 달한다. 정말로 첩첩 산중 부운리 와운마을은 문자 그대로 뜬 구름만 보인 마을이요. 아울러 구름도 뫼 봉우리 중턱에 누워서 자고 지나간다는 심산유곡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이 천년 소나무를 마을의 수호신(守護神)이라는 전설적 의미로 받아들여 매년 정월 초사흗날에 이 신성스러운 천년 송 밑에서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를 지내고 있다. 뱀사골 상류의 명선봉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에 자리한 이 소나무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어서 장엄한 기풍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두꺼비의 각질모양 소나무 껍질이 오랜 세월의 연륜 만큼이나 균열이 생겨서 마치 거북의 등처럼 보였다. 평소 우리는 소나무가 우리들의 삶과 애환을 같이하는 나무로써 신성시 했을 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푸르고 변함이 없다. 그래서 꿋꿋한 기개의 표상이 되는 소나무는 나무들의 대표 격이 되는 왕 나무로 여겨져 윙윙거리는 솔바람을 태아에게 들려주는 태교로도 이용 되었고, 또 혼례식 때에는 솔가지를 이용하는 풍습이 있었으며, 아울러 출산 시에는 물론 장을 담글 때에도 금줄에 솔가지를 사용한 것도 이 모두 소나무의 위엄과 우리들의 애환을 오직 간직한 마을의 신령스러운 수호신으로 확신하고 또 신성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본 소나무 중에서 가장 큰 소나무를 목격하게 되었다. 그 천년 소나무에 매료되어 위엄스러운 자태로 무엇인가 솔직하게 얘기할 것 같은 모양으로 다가 온다. 이 신성스러운 곳에서 약혼자들의 언약은 물론 수능시험생, 고시생 및 취업자 등 소원성취를 기원하게 되면 살아생전 만사가 뜻대로 이뤄지고, 화목하게 될 것만 같은 영험이 있을 것으로 자꾸만 연상이 된다. 오직 천년동안의 온갖 고난과 신비스러운 비밀을 간직한 채 말이 없는 천년 송이 다만 경외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지리산 와운 마을의 뱀사골 천년 송에 대한 예찬은 아무리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 한창 남원 시가지에 푸르른 일품 소나무가 식재 돼 솔 향의 도시이자, 명품도시로써의 면모를 다시 일신 시키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또한 남원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아울러 벌써 남녘엔 매화꽃과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는 꽃 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우리 모두 기축년 새봄을 맞이하여 천년동안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천년송인 소원 송을 한번쯤 찾아가서 각자 나름대로의 소원이 성취되길 갈구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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