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속 세상을 살며
요지경 속 세상을 살며
  • 신영배
  • 승인 2023.06.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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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비가 퍼붓다가 해가 쨍쨍하게 비추더니 밤이 깊어 가면서 우당탕 번쩍번쩍 천둥과 벼락이 함께 춤을추는지 요란스럽게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었으니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일이야 당연하겠지만, 날씨조차도 갈피를 못잡는 국내 정치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 하순이다. 장마철에는 더위와 습기로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런 때에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라도 좀 시원하고 희망적인 것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는 뉴스마다 기가 차고 정말 코가 막히는 괴이한 뉴스만 보인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더니 바로 그런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요즘 나라 꼴을 보면서 언젠가 오래전에 이런 시대가 있었던 것 같다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설치던 시대, 그들의 말이 떨어지면 앞다투어 그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내던 시절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저 대통령이 가볍게 한마디 말하면 놓칠세라 달려들어 사안의 중대함이나 어려움, 가볍고 무거움을 따지지 않고 그대로 시행한다. 그 일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나 국민에게 미칠 영향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말씀’을 따르는 데 충실한다.

최근에 수능 문제에 대한 생각도 사전에 검토하거나 논의했던 일이 아닌, 대통령이 지나가는 말처럼 생각난 이야기를 했을 뿐인 걸로 보였다. 그런데 교육부가 당장 올해 입시 관련 제도를 검토하고 나서는 바람에 수험생들과 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물론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심사숙고 끝에 관련 집단의 검토와 의견을 거쳐서 나와야 한다. 국가의 시책은 절대 즉흥적인 감정이나 생각에서 결정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통령의 마이웨이 행보로 나라 정치 구도가 이상하게 변했다. 

여야가 전혀 정치적 대화를 하지 않고 국민의 생각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일방적인 정치쇼가 계속되고 있다. 취임 후 1년이 지나도록 야당과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고 언론과의 대화도 끊어졌다.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대놓고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다가 급기야는 KBS 수신료 징수방식을 변경하겠다고 시행령을 개정할 움직움을 보이더니 MBC와 YTN의 언론사 경영구조를 바꾸는 조치도 서슴지 않고있다. 공기업의 소유 지분을 개인 기업에 매각하는 조치로 나름 공정성을 유지하던 방송사들을 벼랑 끝에 내몰고 있는 것이다.

국민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과 미국에 밀착하는 외교로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는가 하면,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수 있도록 앞장서 그들을 대변하고 있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일로 국민은 불안 속에 소금값마저 오르게 되고 어민들은 고향을 떠나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

제왕적인 행보와 독단 정치가 나라의 모든 면을 뒤흔들어 여기저기서 ‘퇴진 운동’을 시작해도 전혀 반응이 없다. 여태 보던 정치와 너무 다른 행보에 국민은 거듭 놀라고 있다. 일방적인 정치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유승민 전 대표 등이 충고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무능한 민주당은 검찰 권력에 짓눌렸는지 혼자 끙끙거리다가 최근에는 돈 봉투 사건에 휘말려  이 앓는 소리나 할 뿐, 야당이 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정치판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온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검찰 앞에 당당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정권을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편파보도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자신들의 편을 들지 않는 언론 보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보도하거나 작성한 기자를 상대로 고소고발 등 법적대응은 물론 압수수색은 기본이다.

총선을 앞두고 언론 장악 경험이 있는 인물이 조만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될 듯하다. 야당의 반대 따위는 개의치 않을 태세이고 이참에 언론을 녹록하게 길들여 지난날 ‘땡 전 뉴스’하듯 ‘땡! 윤 뉴스’를 보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얼마 전부터 이 나라의 권력 서열 2위라느니 하면서 막강한 파워를 보이는 인물, 한동훈 법무장관도 제법 많은 뉴스를 생산했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당당하던 그의 모습에서 정말 권력 서열이 있긴 한가 보다 생각든다.
 
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분실한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경찰이 강력계 형사들을 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서장이 직접 출동 지시를 했다는 점 때문에 ‘부적절한 업무 지시’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27일 한겨레 신문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25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는 한 장관 쪽 신고를 받고 경찰서장 지시로 6·25 전쟁 제73주년 기념식 행사 경호를 위해 대기하다가 경찰서로 복귀했던 형사당직팀인 강력4팀 형사 여러 명을 다시 현장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 현직 경찰관은 “휴대전화 분실은 형사 사건이 아니다”라며 “경찰이 일일이 현장에 나가 휴대전화를 찾아준다면 전담팀 수십 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형사에게 휴대전화를 찾으라고 지시한 서장은 어떤 경찰관의 말 처럼 징계를 받을까? 아니면 그 충성을 어여삐 여겨서 머지않아 승진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절대 징계처분을 당하지 않을 것이고 여론이 잠잠해지는 때쯤에 슬그머니 승진하지 않을까 싶다.

정권의 실세라는 한 법무부 장관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일이야말로 이 시대의 모범이고 국가를 위한 충성심이라고 칭송하는 무리도 있을 듯하다. 무엇이든 명분을 삼아 권력 실세의 기분을 맞추고 눈도장을 받으려는 자들에겐 이런 일이 바로 기회이므로…

정말 요지경 속 같은 일들이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이어졌다.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고,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국정이 앞으로도 4년간 계속되면 나라 안팎으로 엄청난 문제들이 나올 것이다. 결국 국민 몫이다. 정치를 냉소하기 이전에 내 자신부터 달라져야 요지경 속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유권자 자신이 정치를 수수방관하면 나보다 저급한 자들에게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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