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에 온 듯 생소한 정치
낯선 나라에 온 듯 생소한 정치
  • 김규원
  • 승인 2023.05.21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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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오늘(21)은 소만이자 부부의 날이다. 모든 것이 돋아서 자리를 잡고 가득해진다는 절기다. 보리가 익어 거두는 시기이고 모심을 준비와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된다. 밭 가의 풀을 뽑고 초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이다.

부부의 날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5월 가정의달에 둘(2)이 하나(1)되는 날이라는 의미로 521일을 정했다고 한다. 이런 부부의 날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아예 결혼을 기피하고 독신으로 살기를 고집하여 인구문제가 심각하다.

이 정부가 들어선 지 1, 조금은 걱정했지만, 이런 나라로 변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여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나라로 변했다. 모든 일이 낯설다.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그간 살았던 그 대한민국이 맞는지 자꾸만 사방을 둘러보게 된다.

이 땅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한데, 나라 정치에 국민이 없다. 국민은 없고 권력만 서슬이 퍼렇게 날을 세우고 설쳐댄다. 국민이 떼로 죽어 나가도 권력 지키기에 열중할 뿐,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국민의 생각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정치다.

지난 1년간 대통령은 연설 때마다 자유국민을 입에 달고 있었지만, 그 자유는 본인이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자유인듯싶고, 국민은 자신을 지지하는 30% 미만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임을 이제야 조금씩 거니챌 뿐이다. 나머지 국민은 잠재적 피의자 무리에 불과해 보인다.

본인 외 5천만 국민의 자유는 갈수록 두려워지는 권력의 칼날에 기죽어서 실종상태이고 그를 반대하거나 관심 없는 나머지 70% 사람들은 유령인간인 듯 존재조차 없다. 치솟는 물가 속에 국민의 고통은 모두 지난 정권 탓이다.

그러면서 지난 시절 36년간의 수탈과 폭력지배에 사과하지 않는 일본은 탓하지 않겠단다. 국민감정마저 무시하고 멋대로 그들의 입맛에 발라맞춘 외교에 국민은 아연실색(啞然失色)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내 맘대로 하는 마이 웨이를 걷는다.

어떤 이 말대로 대통령 잘못 뽑으면 국운이 흔들릴 수 있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나라 안에 있든 밖에 나가든 늘 불안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자꾸만 나빠지는 경제지표도 전 정권이 잘못했기 때문이고 국민이 원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온갖 비리 사범들을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석방하여 내 편을 늘리고 심각하게 대두되던 대통령의 처가 비리는 잘난 검찰이 모두 무혐의 등 면죄부를 주어 제대로 자유를 주었다. 노조와 시민단체를 샅샅이 뒤져 비리와 불법 집단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집권 초기에 고등학생이 그렸다는 윤석열차라는 만평에는 열차가 앞으로 가는 모양을 그렸지만, 아무래도 그 열차는 뒤로 가는 열차인 듯싶다. 군사독재 시대를 떠올리는 검찰 독재는 그 시대에 모자라지 않는 일방통행과 자화자찬(自畵自讚) 정국이다.

포털을 열기만 하면 눈에 보이던 비판 기사는 해당 언론을 찾아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을 뿐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알랑방귀로 덧칠한 기사로 가득하다. 1년 내내 국민에 실망을 안기던 여러 해프닝과 실수, 오류가 거듭됐지만, 거리낌이 없었고 사과한 일도 없다.

선거 때에 약속했던 자신의 공약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파기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번 간호사법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었을 때 자신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나 사과조차 없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여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일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모두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여러 언론의 기자들이 현장을 촬영하고 취재해 보도한 사실인데도. 지난날 국민의힘이 야당이던 시절에 이런 사안이 있었다면 국회가 온통 벌집이 되었을 터이다.

지난 18일에는 광주 5.18 기념식장에 국민의힘 의원 90여 명과 수행원을 이끌고 참석하여 주먹을 불끈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모습이 TV에 그려졌다. 그러나 기념사는 무얼 말하는지 희미했고 선거 공약이던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언급도 없었다.

공약을 아무렇지 않게 파기하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는 일정도로 관대하다. 모두가 털면 먼지 날잠재적 피의자로 보는지 국민의 생각이나 여론 따위는 철저하게 무시한다. 그런 국민에게 사과하거나 시인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일까?

검사의 눈에는 야당 정치인이나 국민 모두 잠재적 피의자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철저히 무시해버릴 수 있을 듯하다. 지난 17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군부 통치 이후 민주화한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흔한 시쳇말이 이 정부들어서 정말 공감하는 말로 인식되는 서글픈 현실이다. 대통령의 참모들이나 국민의힘 중진들도 대통령이 무서워 눈치만 살피며 모든 결정을 대통령에 미루는 분위기다.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는 분위기인데 그 절대 권력에 취해서 필터 없이 쏟아내는 정치적 발언과 행동이 이 나라를 이상한 나라로 만들어 간다.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책임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 정치는 정말 위험하다.

야당의 말은 아예 듣지 않고, 참모나 주변에서는 슬슬 눈치만 보고 직언하지 않으니 열차가 제멋대로 달리게 된다. 그래서 점점 더 흔들리게 되고 커브인지 직선 레일인지 가리지 않고 마구 달려 탈선의 위험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면 주변에 있는 무리가 잘하십니다.’ ‘당연하지요.’ ‘국민이 이해할 겁니다.’ 따위의 말로 대통령의 비위만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막무가내 정치가 이어질 수 없다. 겨우 1년 만에 이런 나라로 변했는데 앞으로 4년은 어떨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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