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기둥
쇠기둥
  • 전주일보
  • 승인 2023.05.0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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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편의점 입구에 한 아름은 됨직한 쇠기둥이
석가래도 없는 처마를 받치고 있다. 쇠기둥에도 등뼈가 있어 
꼿꼿한 자세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거만한 자세가 눈총을 맞기도 하지만
쇠기둥은 한 번쯤 거만해지고 싶은 게다
짤뚝한 목에 깁스를 하고 
다리에 힘줄이 튀어나오도록 발바닥에 힘을 주고 있으리라
한 아름의 쇠기둥이 되기 위하여 쇠같은 세월을 
담금질 당했으리라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도 꼿꼿하랴 눈에 힘도 들어갔으랴

한 사내가 시의 하늘을 바치고 있다. 
시인이냐고 물었다 사내는 
나는 절대 안 시인이라며 손사래를 젖는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묵묵히 쇠기둥이 되어 있었다
그가 있어 이 땅의 시들은 푸르고 
하늘에서는 밤마다 별들이 두 눈을 깜빡거린다

편의점을 나가는 한 젊은이가 쇠기둥의 옆구리를 툭치면서
거만하게 서있지 말라고 한다 나는 알고 있다
안 시인이 거만을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마음의 문에 
거만의 자물통을 채워놓고 있었던 것이다

구조물의 기본 뼈대가 되는 기둥은 입면 구성의 중요한 요소다. 기둥 높이는 건축물의 높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입면의 크기를 형성하는 기본이 된다. 형태는 수직선의 요소가 되어 수평적 요소인 기단·도리·처마선·마루 선들과 대조를 이룸으로써 아름다움을 준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기둥이 사용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신석기시대의 수혈주거竪穴住居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할 뿐이다. 수혈의 안 가장자리에 구멍을 파서 세우거나 바닥에 직접 세워서 윗부분의 구조물을 지탱하게 한 것이 기둥의 시작이라고 한다. 기둥 설치로는 귀솟음과 안 쏠림을 들 수 있다. 기둥의 귀솟음은 건물 기둥 가운데 네 귀에 세워지는 기둥을 다른 기둥보다 조금 높게 만드는 것이다. 원래는 건물의 중심 기둥에서부터 밖으로 세워지는 기둥마다 차례로 높게 만든 것인 듯하나 요즘은 보통 귓기둥만을 높인다. 이처럼 만들면 건물을 앞에서 바라볼 때, 원근의 차이에 의하여 일어나는 시각의 오차를 없애고 건물이 수평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건물의 기둥을 모두 같은 높이로 만들면 앞에서 바라볼 때 양쪽 끝이 낮게 보이고 건물이 비뚤어져 보이게 되므로 이를 교정키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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