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메시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메시지
  • 신영배
  • 승인 2023.05.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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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지난 1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저녁 7시부터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열었다.

지난 3월 2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전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어이없는 굴욕외교에 대해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와 함께 성명서를 냈었다. 지난 4월 10일 서울에서, 17일에는 마산에서, 24일에는 수원에서 미사를 진행하고 이날 광주 5.18 광장에서 미사를 드리고 성명을 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박정희 유신독재 시대에 출범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기도하고 싸웠다. 당시 군사정권은 신부들을 잡아 가두고 외국인 신부들을 추방하며 민주화운동을 막으려 했지만, 넘쳐나는 민주화 물결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 정의구현사제단이 다시 주권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열었다는 건 큰 의미를 갖는다. 정의 구현 사제단이 일어섰다는 건 나라 정치가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말한다. 그날 5.18 광장에는 사제들과 신자, 일반 시민까지 2,5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라는 제목으로 열린 사제단의 시국미사와 성명서 내용을 요약해본다. 

성명은 “나라 살림 거덜 나고 있는데 대통령이라는 자는 그저 ‘굳/건/한/한/미/일/안/보/동/맹‘, 열 글자를 되뇌며 사방팔방 헤매고 다닌다.”라며 “그에게 천하의 중심은, 천하의 전부는 일본과 미국뿐이다. 일본을 위해서라면,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면 살을 베고 뼈를 깎고 제 발등을 찍어서라도 아낌없이 남김없이 바칠 태세다.”라고 비판했다. 4개 항목으로 나뉜 성명 내용을 간추리면

1. 배 주고 배 속 빌어먹는다
이미 1천억 달러(133조 원) 투자를 계약해 미국의 국빈 초청을 받은 대통령은 그들이 이리저리 묶어 우리 것을 팔 수 없게 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문제에 대해선 입도 벙긋 못했고 받아 온 투자는 겨우 59억 달러이다. 배를 통째로 내주고 다 먹은 깡탱이 배 속만 받아 온 셈이다.

방문 중에 한국은 미국과 핵 공유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랑하다가 미국 고위 당국자가 핵공유가 아니라고 설명하는 바람에 대통령실이 머쓱해서 “한미간 인식 차이는 없다”라는 말로 얼버무린 일도 지적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강력한 보장을 원했던 대통령은 ’더욱 강화된 상호 방위 관계‘라는 표현 정도의 성과만 얻은 셈이다. 무더기로 내주고 받은 것은 거의 없는 결과에 대해 실속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2. 선의보다 신의가 훨씬 낫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 덕분에 한국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방패, 전초병으로 부릴 수 있게 되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필요하니 이런 대결 구도를 유지하며 언제까지 비싼 안보 비용을 지불하며 살라는 것인가.

우리가 압도적 힘의 우위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평화가 오지 않는다. 상대는 잠시 주춤했다가 더 큰 힘으로 돌아온다. 폭력을 키우는 악순환이다. 남북이 믿음과 의리를 키워가고 있는데 방해한 것은 미국이었다.

2023년 4월 26일자 <워싱턴 선언문>보다 2018년 4월 27일자 <판문점 선언>이 훨씬 아름답고 강력한 ’확장 억제‘다.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기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화해와 공생이라는 쉬운 길을 버리고 한사코 증오와 대결의 전장으로 내뛰고 있으니 애통하고 절통하다. 라며 남북이 평화를 약속하고 실천해나가는 길이 최선이라는 뜻을 밝혔다.

3.폭력 대 생명력
폭력은 억누르는 힘이고 생명력은 살리고 모시고 키우는 힘이다. 역사상 두 힘은 언제나 거대한 충돌을 일으켰다. 승리는 대개 폭력의 차지였으나 구원은 언제나 생명력의 몫이었다. 올해 43주년을 맞이하는 <5.18>은 국가기구의 폭력과 시민의 생명력이 대립하고 충돌한 사건이었다. 군인들은 광주를 죽였지만, 시민들은 군대를 구원하였다.

’그들의 나라‘일 때 우리는 쇠했고, ’우리 모두의 나라‘일 때 우리는 흥했다. 너도나도 주인 되고 서로를 세워주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야 평화가 온다. 지혜롭고 착한 사람이 다스리는 떳떳한 나라가 일어선다. 이대로 주저앉지도 물러서지도 말자.

4. 연대를 추구하는 영원한 부름
유례없는 성장을 이룬 기적의 코리아가 바야흐로 유례없는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있다. 다시 한번 역사상 가장 이성적인 집단이 출현해야 할 때가 왔다. 광주 항쟁 마지막 날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 하던 울부짖음, 그리고 “불을 켜주세요. 여러분 제발 불이라도 켜주세요” 하던 간절한 호소가 메아리치고 있다.

“유다와 함께 대사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떼 지어 왔다”(마르꼬 14,43) 가난한 민중의 눈물겨운 수난과 용감한 저항 그 역사의 현장, 빛고을 광주에서 2023년 성모성월 첫날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제들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 운동에 모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제단은 향후 5월 8일 춘천 애막골 성당에서, 5월 15일 광주 국립 5.18 민주 묘지에서, 5월 22일 의정부 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간추려본 사제단의 5월 1일 광주 5.18 광장 성명은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손으로 선출했다. 당연히 그 책임 또한 선출한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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