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리와 황소
쇠파리와 황소
  • 전주일보
  • 승인 2023.04.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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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유유자적하며 되새김질하는
황소의 콧잔등에 앉아서
쇠파리가 코웃음을 치는 것을 보며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큰 것을 열망하고
미물을 우습게 보았나를 생각한다

궁핍을 씹는 날에도 몸은
이 땅 어디라도 날아갈 수 있는 
쇠파리의 일생을 조망하며
아침에 해가 떠
저녁 이슬이 내릴 때까지
어떤 삶이 진정한가를 찾아본다

쇠파리가 동선을 하늘 높게 늘일 때
황소는 말뚝 끝이 
생의 전부라는 생각에
작고 가벼운 자유와 
크고 우람한 구속의 색깔을 떠올린다

쇠파리는 소나 말의 피를 빨아먹는 벌과 닮은 큰 파리다. 번식할 때는 피를 빨고 그 자리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나온 유충은 가축의 피부에 기생하여 내장기관 등을 갉아 먹기도 한다. 사람도 기생 당하면 피부 살은 죄다 갉아먹으며, 잘못하면 뇌까지 들어가서 뇌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애벌레인 구더기도 덩치가 커서 기생 당한 소형 포유류는 버티기가 상당히 어렵다. 창승부기 미치천리蒼蠅附驥 尾致千里 글귀가 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백이전伯夷傳에 나오는 말로 "쇠파리도 천리마 꼬리에 붙으면 천 리를 간다"는 뜻이다. 천리마가 평탄한 길을 달리면 쇠파리 일생도 평탄하고, 돌각突角설이 언덕길을 달리면 쇠파리도 고달프다.”는 얘기다. 또한 이 말은 남의 불에 게(한자어 해蟹)’ 잡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평생을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도 대목수를 만나면, 대 저택의 기둥이 되지만 동네 목수를 만나면 고작 축사나 오두막을 짓는 데 쓰이게 된다는 말이다. 속담에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이 말은 만나면 만날수록 영성이 깊어지고, 삶이 윤택해지는 만남은 향기가 묻어 나온다는 것이다. 삶은 결국 만남이고 만남에 따라 운명도 바뀐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만남을 통해서 결정된다는 논리이다. 어떤 사람과의 인연을 맺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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