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운동회에서 청백으로 갈라 놓고
만세 제창으로 승자와 패자를 극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학교는
말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라고
줄을 잘 서는 아이는 머리가 좋은 아이라고 가르쳤다
출세를 위해서는 개가 되어 꼬리를 치는 일도
서슴치 말아야 한다고
기회주의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전진 오르지 전진의 깃발 아래서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깡그리
밀어버려야 한다고 가르쳤다 학교는
동지도 적이 되는 세상에서 아는 놈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얼굴에 철판을 까는 것은 기본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오직 이기는 것뿐이라고
이기는 자가 가장 행복한 자라며 눈 하나 끔적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면 동서로 갈라 서서 죽어서도
자기 땅을 지켜야 한다고
백 년 동안 학교가 우리에게 가르친 전부였다
요즘 인터넷에 안티카페Anti cafe가 등장했다. 처벌을 우려해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는 안티카페 중에는 담임교사를 조롱하고 혐오해 충격적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십여 개의 안티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안티카페들은 특정 교사에 대한 비난은 물론이고 폭력 사용이나 촌지 수수 등 치부를 폭로하며 조롱한다. 카페 이름이 ‘담싫모(담임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담죽모(담임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모임)’, ‘담저모(담임을 저주하는 이들의 모임)’ ‘역담모(담임을 역겨워하는 이들의 모임)’등으로 이름만 봐도 섬뜩하다.
뿐만 아니라 담임을 담탱이라고 비하하고 있다. 교사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던 학생이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글을 본 어느 교사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더 이상 교사 생활이 싫어졌다고 한다.
상당수 학생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나 재미로 올렸다고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글들이 교사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과 교사 간에 충돌이 생기고 나아가 학부모들과 대립 관계로 변질되면서 교사들이 교권을 내려놓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띈다. 스승에 대한 권위나 존경심도 사라지면서 교사가 학생들의 미래 희망 작업하는 생각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학부모들의 지나친 자식 사랑과 도를 넘는 교사들에 대한 폄하가 공교육의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