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귀빠진 날이다
아내와 앞집 식당에서 삼겹살 2인분에 소주 1병을 시켜놓고
자축했다
자식 놈들한테서 축하 전화라도 올까 하고
기다렸던 하루가 어둡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아내가
자꾸만 술잔을 권한다
안 턴 짓을 하느냐며 능청을 떨었다
취하고 싶으면 많이 마시란다
하기야 나도
부모님의 생신을 얼마나 챙겨드렸든가 생각하면
자식 놈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자꾸만
서운한 생각이 잔을 채울까
우리끼리 서로 등이나 긁어주면서 살자는
늙은 아내의 말에 소주 맛이 쓰다
어른들은 생일을 ‘귀빠진 날’이라고 한다. 여기서 귀는 머리 양쪽에 있는 그 귀다. 왜 인간이 태어남을 귀 빠졌다고 말할까? 생일을 ‘귀가 빠진 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기가 태어날 때 맨 먼저 머리부터 내민다. 머리카락이 보이고 그다음 이마가 보이고. 이마가 다 나온 다음에는 귀가 보인다. 귀는 머리 양옆에 따로 붙어 있어서 나올 때면 애를 먹는다. 일단 귀가 다 나오면 나머지는 쉽게 마무리된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는 데 있어서 난관은 귀가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가 태어날 때 관건이 되는 생리적 현상을 뜻하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하면 엄마가 아이를 낳을 때 가장 심하게 겪는 산통을 표현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생일을 ‘귀빠진 날’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남자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여자들의 생일을 등한시한 것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말은 남자들이 많이 하는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귀빠진 날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날이다. 삶의 우선순위를 인식하여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아쉬움과 미련 대신 다양한 세상살이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여유로 남아 있는 새로운 인생을 디자인해야 한다, 겉보다는 내면을,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 삶을 개척할 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게 된다. 연륜 속 깊어가는 시간의 선물을 주심에 감사하자. 당신의 귀빠진 날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