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이 세상에 오면서 밥그릇 하나씩
받아가지고 온다 그러나
살면서 늘
남의 밥그릇을 넘어다 보면서
내 밥그릇만 작다고 불만이 많다
우리가 아무리
몸부림을 치면서 살아도
누구나
하루에 세 끼니 밥을 먹을 뿐이다
그것을 안다면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밥그릇
그 나마 발로 차지마라
깨진 밥그릇으로는
한 모금의 물조차 담을 수 없으니
‘밥’이라는 말은 우리 일상과 밀접한 단어다. 옛날에는 연장자를 만났을 때 ‘진지 드셨습니까?’라고 인사말을 올렸고 요즘은 친한 사람과 헤어지며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라고 한다. 그 외에도 밥은 은어로도 사용한다. 예를 들면 군대 또는 특정 분야에서의 경력을 의미하는 ‘짬밥’, 교도소에 간다는 ‘콩밥’, 미끼나 복선을 깐다는 ‘떡밥’, 특정 목적을 가지고 미리 손을 쓴다는 의미의 ‘밑밥’ 등이 있다. 문제는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의례적인 빈말이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다.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더 이상 관계유지가 싫을 때 적당히 때우는 말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사치레이긴 해도 가슴을 적신다. 밥을 통해서 먹는 일을 같이 해보자는 말의 배후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먹는 일보다 소중한 일은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오래 살기위해서 먹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라는 말 속에는 친해지고 싶은 생각과 나눔과 베풂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친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중에서 밥을 같이 먹음으로서 인연의 끈을 단단히 잡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외로운 날이나 좋은 날이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문자를 날리거나 전화로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 그 말이 설령 밥을 우롱하는 공수표나 빈말일지라도 누가 아나? 그 말이 복이 되어 돌아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