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동 장씨
송학동 장씨
  • 전주일보
  • 승인 2020.09.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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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송학동 굴다리 소나무 위에는
학이 민속화를 그리고 있다
거기에 소나무가 있느냐고 어리석게 묻는 사람들은
가보면 안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화투 다섯 장이 물 찬 제비처럼 날아다닌다
도리 짓고 땡 22가지를 손금 보듯이 훤히 알고 있는
송학동 장씨
짓고 장땡이면 쩐錢들은
다 내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뒷전에서 목을 빼고 있는 구경꾼들에게 개평이라며
인심을 개평처럼 쓰고
시계는 통금을 알리며 하품을 해도
또 짓고 땡이다
이 판에도 확실하게 노가 났다고
선이자를 뗀 꽁지형님에게 데라를 얹혀주면서
오늘 일당은 건졌으니 한 잠 자고 보자며
장씨가 킥킥거리는 밤
그런 밤은 비 그친 하우스 밖의 달도 밝아
누는 오줌발도 세다
소나무 위에서는 학이 밤새도록 달을 쪼아 대며
알을 낳고 있었는데
그게 아마 65년도였던가?
무슨 맘을 먹었는지 죽어도 화투판 근처는 가지 않겠다고
손가락을 짜른
선수 송학동 장씨
요즘에는 발가락 사이에 화투장을 끼고 재수 패를 떼고 있다

 

 ㆍ 송학동 : 전북 익산시 소재

익산시 서부 지역에 위치한 송학동松鶴洞은 도심지를 중심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군산선과 연결되는 교통 요충지다. 마을단위 일반주거 지역과 공통주택이 혼재하여 도·농이 조화를 이루는 풍요롭고 삶의 질이 높은 고장이다.

이리역이 들어서면서 호남선과 전라선, 군산선 철로 밑에 지하도를 내서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지하도 서쪽에 형성된 마을을 역굴재 또는 역촌재라고 했다. 송학동은 모현동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27번 국도가 서수, 임피 방면으로 이어진다.

옛날에는 호남선 지하를 관통하는 송학동 굴다리를 통해 시내와 연결되었고, 지금은 그 자리에 중앙지하차도를 만들어 시내와 소통한다. 과거에는 송학동이 역전 굴다리 너머 마을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요즘은 익산 도심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도농이 조화를 이루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소나무를 의미하는 송松은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다. 천년을 산다는 학鶴은 사시사철 변함없는 소나무를 택해 둥지를 틀고 소나무와 더불어 일생을 보낸다. 소나무와 학을 함께 그린 그림은 무병장수를 송축頌祝하는 그림이다.

소나무가 변함이 없는 믿음을 주어 학이 그곳에 둥지를 틀듯이 사람도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만 믿을 만한 사람이 모여 든다. 송학동이 궁금하면 송학동에 가봐라. 소나무같이 청청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학처럼 고고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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