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사이쯤에 걸터앉은 남자
젊은 오빠는
뒷주머니에 두툼한 지갑이 꽂혀 있는 남자다
허벅지가 튼튼하면 더욱 좋은
남자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위하여를 연발하고
쪽~ 소리 나게
술잔을 비우는 젊은 오빠는
늙은 것이 아니고 조금 낡았을 뿐이다
쩌렁한 목소리는
귓불을 붉게 만들고
머리는 희어도 가슴은 비단이다
쇳덩어리로 된 자가용도 십 년이 넘으면 고물이 되고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도
오래되면 빛을 잃는다고 큰소리치는 남자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웅숭깊은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 같은 오빠를 우리는
고물이라 부르지 않는다.
뒤안 장독대에서 버려진 듯 잊힌 듯
오래오래 숙성된 된장을
진된장이라 부르는 세상에서
발바닥은 부르텄어도 아직은 갈 길이 남아 있는
오빠
젊은 오빠는
축 늘어진 뱃가죽이 아니라 팽팽한 낚싯줄이다
오빠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매지간이다. 일가친척 가운데 같은 항렬의 여자가 손윗 남자를 가리키는 친족용어이기도 하다. 오빠라는 말은 십대 전후까지의 여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같은 말에는 오라버니가 있다. 오빠는 오라버니 보다는 다정한 느낌이 드는 말이기도 하다.
어버이가 딸에게 아들을 일컬을 때 오라비 또는 오라범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오빠라고 부르기에는 낯간지럽거나 어떤 의도가 있는 어감으로 꺼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빠라는 말을 쓰는 여성은 동생의 위치를 확실하게 갖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남성과 여성과 위계를 정해 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남녀 관계가 낭만적일수록 오빠라는 말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동원한다. 오빠라는 말에는 남성이 여성을 향한 성적 욕망과 권력 관계가 동시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오빠!’하고 부르는 순간 나긋나긋함은 여성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의무감이 발현되기도 한다. 오빠가 요즘은 남자 친구 또는 남편을 부르는 말로 변질되었다. 문제는 여자들은 잘 생기고 멋있는 남자에게 스스럼없이 오빠라는 호칭을 자진해서 쿨하게 붙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