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目)
눈(目)
  • 전주일보
  • 승인 2020.06.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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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굿둑에서 배수갑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사내가 고래가 나타났다며 소리쳤다
사람들이 일제히
사내의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모은다

고래가 바다로 나가고 싶으니 문을 열어달라며
문고리를 잡고 울고 있다고
사내가 게버끔을 물고 열을 낸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고래는 고사하고
생선 한 도막도 보이지 않았다.
파도가 갑문에 부딪쳐 흰 이빨을 보이며 휘돌고 있을 뿐

돌아오면서 나는 창밖에 대고 소리쳤다.
참새다∼
일행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렇다
사내는 혜안으로 바다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나는
육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ㆍ 금강하굿둑 : 군산시 성산면과 충남 장항읍을 연결하는 길이 1,841m의 방조제

한자(漢字)에 본다는 뜻글자로 견(見), 시(視), 진(診), 간(看), 관(觀) 등이 있다. ‘견’ 은 그저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을 말한다. ‘시’는 보는 사람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의미고, ‘진’은 목적이 분명하거나 과학적 분석의 결과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간’은 손을 이마에 얹고 본다는 의미로 보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관’은 자세히 본다는 뜻으로 적어도 속내를 음미하며 궁극적인 마음의 심연(深淵)을 보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학생들은 견학(見學)을 하고, 관리자는 의지를 가지고 시찰(視察)을 하며, 의사는 원인분석을 위하여 진찰을 한다. 간병(看病)을 하는 사람은 정성껏 간호(看護)를 하고, 구도자는 관조(觀照)를 하면서 삶의 참 뜻을 새긴다고 말할 수 있다.

본다는 것의 의미는 깊으면서 한도 끝도 없다. 불가에서는 5단계 안목으로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을 꼽는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느끼며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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