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내외와 우리 내외가 송광사에 갔다
대웅전 댓돌 아래서 소원을 빌었다
세존께서
동서 내외에게는 왕생극락하라 한다
우리 내외는 이승에 떨어졌다
아내는 당신만 옆에 있다면
개똥밭이라도
이승이 좋다 한다
세존께서 절 입구까지 따라 나오면서
공덕을 많이 쌓으라 한다
우리 내외가 세존을 올려 바라보자
송광사가 미소 짓는다
ㆍ 송광사 :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소재
사자성어 ‘전분세락轉糞世樂’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다. 이 말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삶일지라도 죽는 것 보다는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인생을 논論 할 수가 있고, 희로애락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죽어서 편안하게 영생한다는 하늘나라에 가는 것보다 개똥같은 삶일지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 나아가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거꾸로 메달아도 이 세상이 좋다’ ‘땡감을 따 먹어도 이승이 좋다’ 등이 있다. 아름다운 선율을 뿜어내는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만드는 오동나무는 기름진 땅에서 쑥쑥 자란 나무보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겨우 자란 나무가 제격이라고 한다. 고통의 세월을 이긴 촘촘한 나뭇결에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그윽하다. 비록 오늘의 삶이 힘겹다 할지라도 밑동이 무너져 내리는 감나무에 열린 홍시가 단 것 처럼 고난을 통한 삶이야말로 빛나는 삶이다. 오늘날 개똥밭을 구르는 우리들 본연의 마음과 인생의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번 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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