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
고로쇠나무
  • 전주일보
  • 승인 2020.02.16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잔설이 가득한 골짜기와 발밑에서 올라오는 봄 사이에서
고로쇠나무가 수액을 토하고 있네
젖줄이 하나씩 꽂혀 있는 상처 깊은 나무였네
수액은 한두 방울씩 뚝뚝 떨어지면서
속내를 내보이는
싱싱한 육신의 경전이었네

한 평생 뼈를 우려낸 수액은 뼈를 붙이고
죽을 때 까지 살을 끓여 낸 수액은 곪은 뼈를 치유해 주는
골리수骨利水였네

고로쇠나무가 수액을 토해낸 뒤 나무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듯이
나 또한 누군가를 위하여
내 몸에 상처를 내 골수를 뽑아주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네
한 잔의 고로쇠 수액을 마시면서 사람답지 않게 살아온 날들
용서 빌어야 한다네

ㆍ 운장산雲長山 : 전북 진안군 일부와 완주군 동상면 경계에 있는 산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뭇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껍질은 회청색으로 얕게 갈라지고 잎은 마주나며 꽃은 잎보다 먼저 5월에 연한 황록색으로 피고 열매는 황갈색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해발 100~1800m에 자생한다. 나무 높이는 20m내외로 잘 자란 나무 둘레 직경이 60~70m 정도다. 종류도 다양해 엽병이 긴 것을 긴고로쇠나무, 잎 뒷면에 짧은 갈색털이 있는 것을 털고로쇠나무다. 그 외에 왕고로쇠, 산고로쇠, 집게고로쇠 등이 있다. 고로쇠나무는 목재의 경도가 매우 높아 서양에서는 볼링핀으로 사용했고 동양에서는 덩어리진 흙을 으깨고 씨앗을 심는 농구기구인 '고무래', 물을 댄 논을 고르는 써레의 '발', 모심기 전 써레에 묶어 평탄화 작업을 하는 널빤지인 '번지' 등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고급 악기인 피아노나 바이올린 재료로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전래 스키인 눈썰매와 발구(눈 위에서 소가 끄는 운반수단)와 최근에는 야구선수들의 배트도 물푸레나무보다 더 높은 경도가 높은 고로쇠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