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나이테
  • 전주일보
  • 승인 2019.09.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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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산 아래 저수지를 본다
엉덩이 아래서 나이테가
살아온 날들이 숨 막힌다고 비명을 지른다

한 아이가 저수지에 돌멩이를 던진다   
물의 파문이 나이테가 되어 저수지 가장자리로 밀어 보내는 동안
보름달이 뜨고
보름달은 징소리를 내며 흐느낀다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은
그루터기가 뿜어내는 향기의 나이테와 물이 만들어 내는 물비린내의 나이테다

나무의 나이테는 목에 걸고 물의 나이테는 가슴에 새기면
나무는 고목이 되어서도 새 잎을 틔우고
물은 제자리에서 해와 달과 별과 바람의 거울이 된다

생을 둥글게 말아 나이테를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서래봉 : 전북 정읍시 내장동 내장산의 한 봉우리

나이테는 나무줄기를 가로로 잘랐을 때 나타나는 둥근 과녁판 모양의 무늬다. 이것은 생장기간 동안 재材라고 하는 물관 부위가 두꺼워져서 만들어진다. 온대지방의 경우 생장기간은 보통 1년으로 해마다 만들어지므로 연륜年輪이라고 한다. 겉보기에는 모두 똑 같은 나무 같지만 속에 있는 나이테를 보면 자라난 과정이 각각 다르다. 나이테는 그 나무가 자란 역사를 기록한 자서전과 같다. 일반적으로 나이테를 보면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가 자란 고난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나무만 나이테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게도 인생의 나이테가 있다. 외모를 봐서는 잘 모르지만 저마다 아픈 상처가 있고, 그 아픈 상처가 그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여 삶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상처가 치료되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키고 범죄를 일으켜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삶도 나무와 비슷하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고, 세월 속에 인생 나이테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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