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연하장은 고사하고 한 통의 전화조차 없던 그가
어느 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평소에 존경해 왔고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노라고
입술에 침을 바른다
가방 끈은 짧아 머리는 비어 있어도
지갑은 언제나 빵빵하여 한평생 잘 먹고 잘 살았거니
후세에 길이 남을 묘비명 하나
근사하게 써 달란다
나는 눈을 감고 한 참을 생각하다가
그래 이 세상이 폭삭 주저앉아도 영원할 글 하나 돌팍에 새겨주리라
약속을 했다
불구덩이 속에서도 돌팍은 살아남아 수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볼 것이니
사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한 잔 술에 취해 있는가
나 같은 놈을 잡아다가 귀양 보내지 않고
/ 쩐錢의 비가悲歌 : 부친의 묘비명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청탁과 부탁 사이는 고민스럽다. 때로는 이해불가일 때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가 투명해지면서 청탁과 부탁 사이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행 형사법상 청탁은 일반적으로 부탁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청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청탁을 받고 그 청탁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한 판단 요인이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청탁을 받을 당시에는 그 정당성 여부가 불분명한 경가 허다하다. 사후 또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정당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청탁은 본인 또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표시다. 반면에 부탁은 질의, 요청, 진정 등과 같이 관련법령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직자에게 요청하고, 공직자는 당연히 들어 주어야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청탁한 사람은 오그리고 자고 부탁한 사람은 발 뻗고 잔다. 청탁이냐? 부탁이냐?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