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녕 흙지기외다
한 평생을 두더지처럼 흙을 파고
흙속에서
흙처럼 살았으외다
부황꽃 만발한 보릿고개 걸터앉아 먼 산보며 하신 말씀
‘애빈 가난 만났싱게 농투생이여!
닌 존 세상 만날라 먼 공부 혀야 혀!‘
그 한마디
당신의 뼛속에 사무친
절규인줄
그때는 몰랐으외다
자식 낳고 철들어 당신이 누구인 줄 겨우 겨우 알았을 땐
당신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있었으외다
아버지의 손으로 자식을 죽인다면 아버지 마음은 어떻고 자식은 마음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조선시대에 그것도 임금과 왕세자 사이에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다. 자식을 죽인 영조는 무려 82세의 기나긴 삶을 구가하며 살았다. 그에 비해 사도세자는 불과 28세의 짧은 나이에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비참하게 죽었다. 이 이야기는 시대를 달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서에 이해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다. 최근에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한 2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살해 이유가 너무 황당한 것이었다. ‘컴퓨터 게임을 그만하라’는 잔소리에 화가 나 집에 있던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대 간의 갈등이다. 특히 우리나라 아버지와 아들간의 관계는 껄끄러운 현실에서 과묵한 아버지들은 노후에 외롭지 아니하려면 아들과 친하게 지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반면 아들은 세상에 단 한 분뿐인 아버지는 내 아버지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