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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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8.10.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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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 돌아왔다

양철대문을 미는 순간
으드득
마음의 뼈에 금가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가 울고 있었다

옷걸이에 옷을 걸었다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시더니
밖으로 나가셨다

아랫목에 육신을 뉘었다
등이 따뜻하고
언 발이 녹았다

겨울 강을 건너
봄 언덕에 도달하는 길이
참 멀었다

/와야 마을 : 전북 익산시 함열읍 다송리 소재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귀향은 낭만적이어서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젊은 날 도시에서 살다가 나이 들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마당가에 가지가지 채소를 심고 울타리에 기대어 핀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노년은 아름답다.
  비라도 내려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면 골짜기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밤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고향에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행운이다. 안땁깝게도 누구나 그런 행운을 누릴 수는 없다. 아무리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녘에 고향이 있는 실향민들이다. 시대적인 여건으로 고향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는 그들에게는 고향이란 말 자체가 슬픔이고 아픔이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고향이 수몰되어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더 이상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뿐인가? 무향민도 있다.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아파트에 살다가 요양원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이라는 말은 낯선 단어일 뿐, 그 말은 다가갈 수 없는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다.
  귀향은 근원 가까이로 돌아가는 일이다. 귀향자란 고향을 떠나 세상을 편력하면서 탐구자로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귀환하는 사람이다. 고향이란 태어난 곳인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 비롯된 곳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배고픔을 해결해 줄 음식과 추위를 막아줄 불씨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뜻이다. 어머니가 계신 어머니의 땅인 고향은 내 존재의 근원으로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자 귀향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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