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베어 물자 길 하나 보인다
꽃길이다
나는 얼른 그 길로 들어섰다
꾸불꾸불하게 패여 있는 좁은 길가에
복사꽃이 피어 있었다
꽃마다 연분홍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아기 복숭아가 맺혔다
봄비가 살금살금 내려와
젖을 물려주고
햇볕이 쨍 안아주자
복숭아는 볼이 붉은 열아홉 처녀 몸이 되었다
복숭아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한 입에 베어 물었다
입속 태옹가리에 물을 대고 있는데
벌레 한 마리 우주의 중심을 향해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미로 같은 길을 지나
모세혈관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에 심장박동이 쿵쿵 울린다
소름 쫙 돋는다
순간 길이 끊어졌다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길에서 뛰어 내렸다
한 입 문 복숭아는 동방삭이 훔쳐 먹은 천도복숭아였다
/ 김 씨 복숭아 밭 : 남원시 신정동 소재
복숭아는 여름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색과 질감이 부드럽다. 뿐만 아니라 과즙이 풍부하며 향이 달콤하다. 과육은 연하거나 매우 딱딱하며, 흰색 또는 붉은색을 띤다. 과일 한가운데에 위치한 씨는 단단하고 골이 패어 있다. 복숭아의 품종은 매우 다양하여, 세계적으로 약 3,000여 종이 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것은 20여종이다.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다는 속신이 있어 제상에 올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집안에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을 금기하였다. 조상신이 찾아와도 복숭아가 지닌 축귀의 힘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제사에 응감應感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복숭아 종류 증 천도복숭아는 천상에서 열리는 과일로 이것을 먹으면 죽지 않고 장수한다는 전설이 있다. 중국의 구전설화 ‘동방삭투도東方朔偸桃’에 의하면 동방삭이 서왕모西王母가 심은 복숭아를 훔쳐 먹고 인간계로 내려와 삼천갑자, 즉 1만 8,000년을 살았다고 한다.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 東方朔’의 유래다. 한자로 ‘도桃’는 복숭아나무(桃樹), 복사꽃(桃花), 복숭아(桃實) 세 가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