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살처분을 놓고 익산의 농장주와 행정당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동물·환경단체가 마구잡이식 예방적 살처분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3일 오전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구잡이식 예방적 살처분은 동물들을 죽이는 대량 학살일 뿐이다"면서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닭 살처분을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회,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는 이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방지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사람이나 사료차량의 이동제한이나 금지 등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것이다”며 “살처분 대신 친환경 동물복지 농장을 확대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해결책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장주가 익산시에 낸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인용도 촉구했다.
대책위는 “참사랑 농장은 방사장이 기준면적보다 넓고 친환경사료와 청결한 농장관리로 친환경인증과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곳이다”면서 “무조건적 예방적 살처분이 아닌 관리상태나 환경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참사랑 농장은 그 동안 익산시 농축산물브랜드인 '탑마루'를 붙여 최고급 계란을 공급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불과 2.1㎞ 떨어진 인근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 이 농장의 닭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실제로 인근 16개 농장의 닭 85만 마리는 모두 살처분됐다.
하지만 참사랑 농장주는 "획일적인 살처분 명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익산시도 농장주를 고소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희춘(49) 참사랑 농장주는 “쾌적한 환경에서 잘 먹고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을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미명아래 땅에 묻을 수는 없다"면서“특히 건강상태가 좋은 아이들까지 살처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고 울먹였다.
이에 반해 익산시 측 변호인은 "25일간 6번의 AI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지역 예방적 살처분 명령은 절차적·실체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지역 내 추가 발병이 우려되는 만큼 해당 농가는 살처분 명령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주지법에서는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진행됐다. /길장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