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정말 지겹도록 내리고 있다. 사는 동안 이렇게 많은 비가 계속 내린 적이 없었다. 이런 비가 내리는 게 100년만이니, 500년만이니 하는 분석이 틀리지 않은 듯하다. 그동안 유럽 등지에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는 게 이런 비였던 모양이다.
도내 서해안 지역에 500mm 정도의 비가 내렸고 충남 지역은 600mm 정도 내렸다고 한다. 거기에 앞으로도 250mm가 더 내린다니 걱정이다. 이처럼 엄청난 비가 내리는 이유는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대기층에 풀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수증기 7%가 늘었는데 그 양은 무려 산샤댐 물(393억톤) 22개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한다. 이렇게 늘어난 수증기가 지금 우리나라에 머물며 비를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장마철에도 이처럼 많은 비가 계속 내리지는 않았다.
충청 지역에서 산사태와 지하도 침수 등으로 인명피해가 상당수 발생하고 경북지역에서도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나는 등 전국에서 6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이번주 화요일에는 전북에 시간당 80mm의 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이 비는 이번 주 수요일까지 이어진 뒤에 내리다 쉬다가를 거듭하다가 8월 초순에야 그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물이 쏟아질지 모르는 답답한 전망이 그렇다. 이대로 비가 계속되면 전북에서도 얼마든지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없이 내리는 비에 어찌 대응할 방법조차 없는 무기력한 인간들이 겁 없이 저지른 재앙의 씨앗들이 자라서 이런 어려움을 당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탄소를 배출하며 입으로만 탄소 제로라는 허망한 구호를 내뱉는다.
코앞 마트에 가면서도 자동차를 타야 하고 식탁에 고기가 없으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듯 열심히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다. 그런 일들이 오늘의 호우경보를 불러왔다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마구 쓰고 마구 버린 죄 달임이라는 걸.
비가 내리는 내내 안전 재난 문자가 왔다. 피해 우려에 대한 경각심과 사전 대비를 위한 재난 문자였다. 그러나 이런 재난 문자나 날리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유럽의 폭우사례를 보고 우리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할 수는 없었을까?
사고가 터진 후에야 ‘미증유의 사건’이라며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는 구실은 한낱 핑계일 뿐이다. 온갖 우려를 다 현실에 대입하여 가정하고 예상하여 사전 대비하는 현명한 행정이 필요하다. 지금도 비는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인데 운이 나쁜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숨으로 갚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구를 병들게 하고 마구 파괴한 사람들은 돈을 벌어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농작물 피해에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장마로 발생한 손해가 고스란히 물가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물가 따위를 걱정할 일이 없지만, 서민들은 더욱 살기가 팍팍해질 것이다.
산사태로 집이 송두리째 파묻히고 지하도 통행을 사전에 막지 않아 사람들의 생사가 불명하다. 나라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로 달려간 대통령의 행보 역시 한심해 보인다. 군수물자를 주겠으면 조용히 보내주면 될 일이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간다는 약속은 한낱 구호였나? 물난리에 죽어가는 국민보다 외교 성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 즉시 되돌아왔어야 했다. 대통령이 있어서 사고가 막아지는 건 아니겠지만, 허술한 공직자들을 채근하는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이번 장마가 끝나면 인명피해만 아니라 농작물 피해도 엄청날 터이다. 수해 복구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피해 복구도 과거의 토목 상식을 넘어 이번처럼 많은 수량을 견딜 수 있도록 복구하려면 상상 이상의 돈이 들 것이다.
아울러 전국의 모든 농지와 산지에 대한 지질을 조사하여 피해 우려 지역을 구분하는 행정 조치도 필요하다. 저지대 대책도 이번 피해를 기준 삼아 새롭게 정립해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터이다. 지난 시절의 기준으로 복구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마련해야 한다. 연간 강수량 기준도 달라지고 장마철 강수량도 크게 변했다. 그런 데이터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여 안전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
기후 문제에서는 이제 과거의 수치들이 무의미해졌다. 지난 경험과 데이터로 설정한 모든 기준은 잊어야 한다. 과거 기준으로 설정한 강도(强度)를 적용해서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흘간 500~700mm가 퍼부어도 안전한 시공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기온이 43℃까지 오르고 곧 47℃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과 한국 등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미국에서는 폭염이 기승이다. 얼마 전에 유럽에서도 50℃를 넘나드는 폭염이 기록됐었다.
이제는 기상재난이 일상처럼 찾아드는 지구촌 풍경이다. 북극 인근지역 기온이 40℃를 기록한 적도 있으니 어디든 기상재난을 피할 곳이 없다. 이 물 폭탄이 그치고 나면 또 어떤 재난이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앞에 말한 대로 지금까지 쌓인 기상 데이터는 참고 자료 정도일뿐, 예측 가능한 데이터가 아니다. 인간이 불러온 혹독한 기상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되갚음 당하면서도 여전히 지구촌을 더럽히는 인간들, 닥쳐올 내일은 또 그때 해결하고 견디겠다는 심산인가?
이대로라면 우리 후손들, 자녀와 손자들의 시대는 더욱 견디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할 것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우선 나부터 지구환경을 더럽히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실천하면 이웃이 실천하고 모두가 실천하게 된다.
우리도 서둘러 내연기관 자동차 사용을 금지하고 대중교통 노선을 섬세하게 마련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한심한 권력 노름에 빠져서 정작 큰일을 놓치는 어리석은 정치도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