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발목 좀 봐 족히 한 주먹은 되겠네
앞가슴 좀 보라고
봉긋하네
제법 물이 올랐네
계집 나이 열넷이면 하늘에서 별을 따고
오이 꽃 열나흘이면 꼬투리가 맺힌다네
땅속 깊이 뿌리를 박고 천상을 향해 터지는
노랗도록 투명한
속살들
단발머리 누이의 초경같이 터지는
오이꽃
웃음소리 숨 막히게 눈부신 소리
가만히 귀 기우리면
튼실한 오이 하나 슬금슬금 다가오네
옛날 사람들은 오이를 보고 아리따운 여인을 떠올리고 성숙과 다산의 상징으로 여겼다. 남자가 오이를 먹으면 힘이 강해지고 여자는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난다고 믿었다. 이런 특이한 발상은 아직도 우리의 생활과 언어 속에 녹아 있다.
그중 하나가 ‘과년한 딸자식’이다. 과년한 딸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과년過年으로 나이가 들어 혼기를 놓쳤다는 ‘노처녀 딸’이라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과년瓜年이다. 결혼 적령기의 딸이 있다는 뜻이다.
과瓜는 오이라는 한자다. 오이 ‘과’를 파자하면 팔(八)과 팔(八)로 나누어진다. 팔(八)과 팔(八) 더하면 열여섯이다. 즉 이팔청춘으로 열여섯 살, 과년이다. 요즘 같으면 어린 나이지만 옛날에는 결혼하기에 좋은 나이였다.
이도령과 성춘향이 오작교에서 사랑을 속삭인 때가 이팔청춘으로 바로 열여섯 살 때였다. 열여섯 살은 오이를 쪼갠다는 의미로 파과기破瓜期라고 한다. 여자가 생리를 시작하는 나이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초경 시기가 앞당겨진 요즘과는 달리 예전에는 열여섯 살 전후로 생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자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고 이는 성숙한 여인이 됐다는 뜻이다. 또한 과瓜라는 한자에는 오이라는 뜻 이외에도 ‘무르익다’ ‘성숙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거기에다 오이의 의미가 다산으로 연결되었다. 오이를 성숙한 여인과 다산의 상징으로 본 것은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 이런 현상은 옛사람들의 머릿속 깊숙이 자리한 무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