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나무 꽃봉오리들이
얼굴을 봉긋하고 내민다
수줍은 듯이 얼굴만 내밀고
나를 본다
여기 봄꽃 저기 봄꽃
알록달록 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바람이
솔솔 부는 봄
꽃들이
꽃봉오리를 지고 있는 봄
나도 이제 12살 봄
모두 지금 봄을 맞이하고 있다
<감상평>
휴일 아침 미세먼지가 없고 날씨가 청명(晴明)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사람이 많은 실내에서 운동을 할 수 없기에, 평일에는 가끔 밖으로 나가서 천변을 걷습니다. 며칠 전엔 휴일이라 좀 더 시간 여유가 있어서 기린봉을 올랐습니다. 늦게까지 피어있는 산벚꽃이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봄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지만 바람끝이 차가워서인지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바위에 여학생 2명이 앉아서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언뜻 이야기 중에 물이 먹고 싶다는 말이 들렸습니다. 내가 먹던 물은, 물병 입구에 입을 대서 줄 수가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침 호주머니에 비타민이 있어서 줬더니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환하게 웃는 여학생들의 얼굴에서 봄꽃을 보았습니다.
진희 어린이의 봄은 어느 누구보다 의미가 깊게 느껴집니다. ‘얼굴을 봉긋하고 내민다, 나를 본다.’에서 의인법으로 수준 높은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연의 ‘나도 이제 12살 봄/ 모두 지금 봄을 맞이하고 있다’에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진희 어린이가 봄꽃과 자신을 혼연일체로 생각하며 뛰어난 문장력을 구사해서 감탄을 불러 일으킵니다. 진희 어린이의 화사하고 행복한 12살 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