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쌀농사의 대풍이 기대된다. 그러나 농민들은 물량과잉으로 쌀값하락을 예상하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쌀 예상생산량 조사결과’를 보면 도내 쌀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1.9% 줄었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0.1%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도내 쌀 재배면적(밭벼 및 논벼)은 지난해 12만4,089ha에서 올 12만1,765ha로 2,500ha 이상 줄었다. 재배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은 67만9,393톤에서 68만28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10ha당 논벼생산량은 지난해 548kg에서 올 559kg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전국 16개 시·도 중 충남(566kg)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규모다.
전국평균 생산량(533kg)과 비교해도 26kg 이상 많은 상황이다. 지역의 쌀 생산량이 대풍 중 대풍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지역의 쌀 생산량은 전남(85만7,000톤)과 충남(82만8,000톤)에 이어 가장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생육전반에 걸친 기상여건 양호와 병충해, 태풍 등의 피해가 거의 없어 이삭수 및 낟알수가 전년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 같은 풍년이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쌀값 하락이 예상되면서다.
현재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65kg 내외로, 우리나라 한 해 쌀 수요는 400만톤 정도로 추정된다. 당장 올 생산량이 425만8,000톤 규모로, 올 생산량조차 남아돌 실정이다. 여기에 지역 쌀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유통된다.
앞서 국회 황주홍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농협이 매입한 지역 쌀(40kg)가격은 5만1,444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에서 경북(4만1,533원)과 전남(5만1,436원)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지역 농민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벌써부터 농민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북도명과 사단법인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는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10년 쌀값 폭락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쌀값 폭락의 주범인 저가 수입쌀(TRQ)을 시장에서 격리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쌀값안정과 생산비 보장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또 한국농민신문은 부안지역의 농협미곡처리장의 나락 자체수매 가격이 현재 일반벼 4만4000원, 신동진 4만7,000∼8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최종 벼 자체수매가격이 5만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1만원 넘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쌀 격리조치가 조기에 진행되지 않으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벼 가격 폭락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