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천당과 재옥을 오가다.

2007-06-11     

그야말로 '주식천하'다. 증시 1700시대가 도래하면서 온통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조정을 살피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까지 합세하면서 주식시장은 당장이라도 2000고지까지 넘어설 듯한 모습이다.

증시가 1700을 돌파하면서 하루아침에 '떼돈'을 번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쪽박'을 찬 투자자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조정장을 예상해 ELW 풋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세 업종 따르다보니 어느덧 대박=지난해 삼성중공업을 매입한 A씨. 당시 조선업종이 호황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에 선뜻 매입을 결정했다. 이후 장이 흔들리거나 주가가 조정을 받아도 A씨는 삼성중공업을 단 한주도 팔지 않았다. 대세 업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 결국 A씨는 삼성중공업 한 종목만으로 90%대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고 매도했다.

삼성중공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A씨는 S&T대우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판단, 1만8000원대에 주식을 매입해 현재 보유 중에 있다. 중화학업종과 함께 운수장비업종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A씨는 현재 56%대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지만 좀 더 보유할 생각이다.

비단 A씨 뿐만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들이 종목이 아닌 업종전망에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기업 및 업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중장기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이면서 확실한 수익을 내는 전략도 대세상승장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ELW에 울고 웃고=대세상승장이 이어지면서 가장 주목을 받는 상품중에 하나가 ELW다. 시장 및 종목에 대한 예측만 잘 한다면 소자본으로 '떼돈'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세상승장을 예견해 ELW 콜을 산 투자자들은 말그대로 돈방석에 앉았다.

반대로 S증권사 고객인 B씨처럼 최근 지수가 1700을 넘어서면서 조정 가능성에 대한 얘기들이 솔솔 흘러나오자 ELW 풋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본 사례도 적지않다.

B씨는 국내증시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했고, 중국과 미국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한차례 조정을 확신했다. 주위에서도 이같은 전망을 수차례 접한 B씨는 결국 코스피 200에 투자하는 ELW 풋에 투자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B씨는 만기가 9월이라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장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ELW 하나에 투자자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형국이다. 장세 또는 종목만 잘 예측했더라면 주식에 직접투자하는 것과 비교도 안될 만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한 순간의 판단착오가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믿었던 종목에 발등 찍혔네=우리나라 대표주라고해서 꼭 믿을 것만도 아니다. 여의도 회사원 C씨는 지난해 5월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깨고 내려가자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한 발 늦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 하고 있다는 적립식 투자를 해보기로 한 것.

그러나 C씨는 일반 펀드에 투자하기 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월급날 1주씩 사모으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을 넘나들었으니 2주 사기도 쉽지 않아 1주를 샀다. 11월말까지는 기분이 괜찮았다. 주식시장 주가가 1400을 넘었고 삼성전자 주식도 상승해 누적 수익률이 3.63%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역전됐다. 주식시장이 1500, 1600, 지금은 1700을 훌쩍 넘었는데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현재 수익률은 -5.78%, C씨는 요즘 TV도 신문도 보기 싫다. C씨는 결국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적립식펀드에 자금을 묻어 두기로 마음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