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북 예산 확보에 주력할 때
봄꽃들이 지고 모란도 피어 시들면서 추하게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들도 때에 맞추어 해야 제대로 효과를 낸다.
올해는 전북특별자치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이다. 12월까지 특례들이 발굴되어 연말 께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했다. 그러나 늘 ‘녹두밭 윗머리’ 인 양 척박하기만 했던 전북의 사정이 특별자치도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전담 TF를 구성하고 2025년 예산 확보를 위해 진력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어제는 전주시 우범기 시장이 핵심사업 국비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하여 ‘종횡무진’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달 말까지 정부의 부처별 예산 편성 안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므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우리만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전국 각 시도가 지금은 치열하게 움직이는 시기다. 신문에 기사 몇 줄 나는 생색내기 활동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때다.
이런 시기에 김관영 도지사는 시군을 순화 방문하며 도민과 만남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과연 시의적절한 일인지 염려스럽다. 도지사 방문을 위해 시장 · 군수가 준비해야 하고 산하 공무원들도 준비에 동원되는 건 당연하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4월에 시행되어 시간이 없었다고 하지만, 전북도나 각 시·군이 온 힘을 기울여 예산 한 푼이라도 더 얻어야 하는 이 고비에 시·군에 방문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조금 뒤로 시기를 미루면 어떨까 싶다.
가뜩이나 전북은 중앙부처에 인맥이 부족한 형편이다. 오랜 시간 경상도 정권이 중앙부처를 독점하는 동안 전북 출신들은 요소에 진입하지 못했다. 더구나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인맥은 더욱 줄었을 것이다.
일을 추진하는데 요소에 다리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혀 비대발괄해야 하는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래도 척박한 땅에서 책임을 맡았으니 총력을 기울여 찌꺼기라도 얻어내야 하는 게 사명이니 어쩌랴.
다른 시도가 한 번 찾아가 해결할 일을 열 번 찾아가도 어려운 전북의 일이다. 그래도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찾아가고 사정해서 올해처럼 전국 최하위 예산이라는 답답한 결과는 면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 체면에 사정하고 호소하는 일이 마뜩잖아도 그런 일을 하겠다고 선거에 나섰으니 책임을 다해야 한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단체장이 여러 번 찾아가면 적게라도 성과가 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맡은 책임을 위해 힘을 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