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사의 강의 첫머리
"여러분 반갑습니다."
방금 제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을 때 ‘예’ 또는 ‘반갑습니다.’라고 대답을 한 사람은 복을 받습니다. 오늘만 복을 받는 게 아니고 죽을 때까지 복을 받습니다. 본인만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손들까지 복을 받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대답을 잘할 것인데 어쩌다 대답을 못 해버렸는데 어찌해야 할까요? 기회는 한 번 더 있습니다. 제가 강의 도중에 대답할 일이 있을 때 “예”라고 대답을 하면 그때 복이 돌아옵니다.
그럼, 복을 언제 받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지금부터 받기 시작합니다. 금방 받을 사람도 있습니다. 아까 대답을 제일 크게 잘한 사람, 이분에게 이 볼펜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이 볼펜은 글을 쓰는 작가인 제가 글을 쓸 때 사용하던 볼펜으로 이 볼펜으로 글을 쓰면 글이 잘 써집니다.
저 생기기는 무슨 나무 양푼 같이 못생겼어도 복 있는 사람입니다. 저 만나서 복 받은 사람 많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서도 꼭 복을 받으실 것입니다.
오늘은 참 좋은 날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만난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남원 인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어요. 인월(引月)이라면 달을 지리산 위에 걸어놓고 사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은 신선이잖아요. 그런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제가 복 받은 날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왜 왔지요?
글을 잘 쓰기 위하여 왔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강의 시간에 저를 잘 쳐다보아야 합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선생님을 잘 쳐다보면 됩니다. 손자에게 그 말을 했더니 선생님을 잘 쳐다보았습니다.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아이가 눈에 띄었고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공부를 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먼저 ‘글을 쓰는 마음 밭’을 만들어야 합니다. 밭이 좋아야 작물이 잘 자랍니다.
글을 쓰는 마음 첫째는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저 돌멩이가 내 동생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내 동생인데 발로 찰 수 있을까요?
엄마에게 혼나고 놀이터에 나와서 앉아 있는데 눈물이 뚝 떨어졌습니다. 그 자리에 작은 냉이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중얼거립니다.
‘냉이꽃아, 너도 엄마에게 혼나고 나왔니?’
그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글을 쓰는 마음 바탕입니다.
글을 쓰는 마음 둘째는 글을 쓰는 사람은 ‘나’입니다. 내가 주요합니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소용이 없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글로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마음 셋째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써야 합니다. 누구나 생각하고 누구나 겪었던 일을 글로 쓰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 글은 읽지 않습니다. 나만이 겪었던 특별한 일을 글로 써야 합니다.
또 하나 글을 잘 쓰려면 꾸미는 말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하늘에 구름이 떠 있다.’
이 글을 꾸미는 말을 사용하여 고쳐봅시다. 어떤 구름이 떠 있나요? ‘뭉게뭉게 솜 같은 구름’이라고 꾸미면 좀 나아지겠지요?
어떤 하늘인가요? ‘쨍하게 푸른 하늘’이면 더 나아지겠지요? ‘떠 있다’도 꾸밀 수 있겠지요? ‘둥실’ 하나만 넣어도 달라집니다.
‘쨍하게 푸른 하늘에 뭉게뭉게 솜 같은 구름이 둥실 떠 있다.’
처음 썼던 문장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문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고쳐 나가면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한 줄 쓰기부터 시작됩니다.
먼저 쓰고 싶은 소재에 대하여 생각나는 글을 한 줄 씁니다. 그리고 그 글이 쓰여 있는 종이를 책상 서랍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다음에 서랍을 열어 다시 읽어봅니다. 그때 생각난 것을 한 줄 더 써넣습니다. 꾸미는 말 공부할 때 썼던 글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쨍하게 푸른 하늘에 뭉게뭉게 솜 같은 구름이 둥실 떠 있다.’
거기에 한 줄을 더 써넣어 봅니다.
‘구름을 바라보니 멀리 떠난 친구가 생각난다.’
그리고 다시 서랍 속에 넣어둡니다. 며칠 후에 다시 꺼내봅니다. 그리고 또 한 줄 써넣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행여 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서랍에 넣어둡니다. 이렇게 한 줄 쓰기로 시작한 글은 머지않아 종이 한 쪽 면을 가득 채우게 되고 뒷장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한 편의 멋진 글이 완성됩니다.
한 줄 쓰기는 글쓰기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