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정세균 대표와 24일 상경회동

파국막고 서로의 ‘윈-윈 게임’일까, 아니면 ‘치킨게임’일까

2009-03-23     오병환
22일 귀국 후 곧바로 전주 덕진과 고향인 순창을 찾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화요일인 24일 서울로 올라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4·29 재보선 공천 여부를 놓고 첫 회동을 갖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정 대표가 정 전 장관의 귀국 전인 22일의 기자간담회에서 “선당후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서 “모든 것은 순리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전략공천을 천명한 이후의 양측 입장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23일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정세균-정동영 회동'에 대한 제안논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참관한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정 전 장관측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정 전 장관이) 이를 수용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주 덕진출마를 공식선언한 정 전 장관측으로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덕진 출마외 어떤 제안도 거부할 태세인 탓에 양측의 첫 회동결과는 자칫 치킨게임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시각이다.

먼저 민주당으로서는 이미 전주 덕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해 놓은 상태로 이는 정 전 장관을 이 지역의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만큼 수도권 출마나 10월 재보선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이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천 부평을 지역 출마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지난 대선 때 어려움 속에서도 부평에서 30% 이상 지지를 얻었다. 내가 앞장서서 돕는다면 부평을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의견을 수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에 가려진 상태이다.

이는 사실상 당 지도부의 이같은 제안을 사전에 거절하고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한편, 전주 덕진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공천배제 시 정 전 장관으로서는 무소속 출마라는 또 다른 배수진을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이 귀국기자회견에서 “정 대표는 민주당의 대표이자 나의 대표”라고 밝힌 만큼 양측이 첫 회동에서 자신만의 주장을 일관되게 강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4.29재보선의 승리를 통해 민주당의 입지상승과 MB정부 심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다 동반출혈을 감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당 일부에서는 고문과 원로들이 중간에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한다는 ‘역할중재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아직은 관망하는 추세이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면서 ”첫 회동이 불발되면 자연스럽게 양측 의견을 청취하는 방법으로 그 같은 해법을 모색하지 않겠나"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또한 서로의 윈-윈 게임을 위해 민주당의 수장인 정 대표가 정 전 장관의 정치복귀를 위해 그의 정치권 연착륙을 보장하는 확실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민주당내의 고문과 원로들이 당의 입지완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오병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