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부쳐
18일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다시 태어난다. 새롭게 개정된 전라북도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타 시도와 다른 지위를 얻는다. 법에 따라 지역 특성을 살린 시책을 추진하는 등의 특전도 누리게 될 것이다.
전북은 광역시 하나 없는 지역적 한계에 막혀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그동안 도민들이 겪은 모멸감과 고통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민들은 특별자치도 발족에 전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한때 전라도의 수부였던 전주시가 아직도 인구 70여만의 중소 도시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도지사를 비롯해 모든 기관장들은 각종 행사 때, “250만 전북도민 여러분”으로 인사말이나 축사를 시작했다.
그랬던 전라북도 인구수가 최근 175만 명 남짓으로 줄었다. 퇴락해 가는 전북, 왜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었을까? 물론 인구감소 문제는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인구 감소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는 지역에 희망이 없고 발전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대로 짓던 농사가 유일한 생활 수단인 전북,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봐야 손에 남는 건 없고 빚만 늘어가니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가난에 찌들어 살다 보니 조금 잘사는 사람, 잘 풀리는 사람이 부러워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만 커졌다. 누가 잘 되는듯하면 헐뜯고 끌어내리기 바빴다. 지역 간 갈등도 이웃이 잘되는 꼴을 배 아파하는 못된 심성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사람과 경제가 몰리는 집중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가 메가시티로 통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도 통합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전주-완주 통합문제조차 결사반대를 외친다.
군산과 김제는 새만금지역 관할 문제를 두고 대법원판결로 치닫는다. 전북인끼리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고속철도역(익산역)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합리적 방안을 찾아보자고 해도 사생결단이다. 그야말로 달팽이 뿔 위에서 내가 더 높다고 싸우는 와우각상쟁(蝸牛角相爭)이다.
지역인재를 키우기보다는 인물이 출중한 기미를 보이면 그의 고향에서부터 헐뜯고 시기를 해, 약점을 들추고 만들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도록 좌절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인물이 클 수 없는 환경이다.
큰 인물이 없으니, 사람의 그늘이 없고 인맥도 없어서 중앙 요로에서 전북은 늘 찬밥 신세다. 지역발전에 요긴한 일도 일부 세력이 독점적으로 처리하면서 지역발전 방향보다는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이 당연시됐다.
특정 세력들이 각종 정보를 독점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데에는 지역 언론이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전북의 일부 언론은 그 독점세력의 중심에서 모든 사안을 좌지우지하는 위치를 확보한 것도 모자라 그 현상을 고착화해서 특권을 누렸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흔들며 전북의 이익이나 미래보다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고 그런 방법을 공식화하여 마땅한 일로 만들었다. 그러느라 몇몇 언론끼리 카르텔을 형성해 철옹성을 만들어 지역 정가와 행정기관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도민들은 오랫동안 그들이 전하는 소식과 해설을 통해 도내의 각종 사안을 접하게 되면서 그들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가스라이팅 되었다. 그들만이 진실이고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언론이라면 바로 그들이고 그들만이 바른 소식을 전하는 매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 그들의 기사만 보고 그들의 주장만 들으며 살았으니 자연히 그들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게 된 것이다.
한번 권력을 잡은 지역의 기득권 언론은 신생 언론이 낄 자리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의 일원으로 끼여주기는커녕 배척하고 백안시했다. 창간 10여 년이 지난 신문도 그들에게는 늘 사이비 언론이었다.
기자단과 행정이 한통속이 되어 낄낄거리는 사이에 도민들은 귀가 먹고 눈이 가려져 그들이 전하는 좋은 소식(?)만 듣고 살다 보니 점점 세상에 뒤처지는 전북으로 전락했다. 한통속이 된 행정과 언론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짬짜미 속 밀월 관계에 빠져들었다.
지적하고 감시하는 눈이 한눈팔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모든 분야에서 긴장이 풀어지고 타 시도에 뒤지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흐른 세월 속에 전북은 점점 작아지고 낙후하는 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전북특별자치도가 그 첫걸음을 떼는 순간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 전북은 진정한 환골탈태의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전북이 제대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여태 전북을 쥐고 흔들던 무리의 손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일이 그들의 손아귀에서 계획되고 시행하면서 전북은 병들었다. 모든 목표가 그들을 위해 설정되고 도민의 이익과 내일은 뭉개지던 암흑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그들이 전북을 쥐고 흔드는 한 내일은 없다.
정치도 변하고 언론도 변하고 행정도 오로지 도민을 위해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막대기만 세워도 민주당이면 당선하던 편향적 선거 풍습도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패거리 정치에 휩쓸리며 손가락질받을 참인가?
우리끼리 다투고 시기하던 부끄러운 심성도 버리고 서로 북돋우며 감싸주는 전북인이 되자. 거짓과 속임수로 전북을 쥐고 흔들던 더러운 손도 씻고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가자.
2024년 1월 18일 전북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그간의 모든 악습과 짬짜미들을 벗어 내던지고 새 출발 하자. 새날 새로운 기운이 전북을 감싸고 일으키는 이 신나는 순간을 기억하자.
환골탈태(換骨奪胎), 오늘을 전북이 달라지는 첫날로 정하고 서로 손잡고 서로 마음을 모아 거룩한 새날을 맞이하자. 가슴속 응어리도 모두 꺼내서 씻어버리고 가볍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