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어민들도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

월요일 아침에

2023-06-11     김규원
김규원/편집고문

일본 후쿠시마의 어민들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사고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일본 교도 통신이 밝혔다. 우리 어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를 경찰에 고발한 일을 생각하면 퍽 이례적(?)이다.

교도 통신은 지난 7일 후쿠시마현 소마시의 후타바어업협동조합 곤노 토시미츠 조합장 일행은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니시무라 경제산업상과 만나 조합은 방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냉동 가능한 수산물 매입 사업 등에 사용할 300억엔(2800억원)의 기금을 설치하여 후쿠시마 주변 지역 어업인의 수산물 판로 확대 지원과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로 수산물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오염수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처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하여 임의로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 약속을 저버리고 일본 정부가 방류를 서두르자 정식으로 항의하는 모양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방류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올해 여름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방침이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시료 채취 검사에서 안전하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공개하고 오염수를 곧 해양 방류할 계획이다.

지난 5월에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잡힌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치(1kg100베크럴)180배에 달하는 18,000베크럴의 세슘이 검출되어 충격을 주었던 데서 어민들의 반대가 수그러지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는 관측도 있다.

이렇게 현지 일본 어민들조차 반대하는 오염수 배출에 가장 먼저 나서서 반대해야 할 한국 정부가 외려 안전하다고 선전하며 방류를 찬성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 피해를 직접 받게 될 어민들이 반대하는 교수를 고발한 일은 정말 이해부득이다.

여당의 어떤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반대를 외치던 각 언론도 슬그머니 돌아서서 별것 아니라는 투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가 오염수 방류 검증 특위를 구성하는 문제도 여당의 합의 내용 이행 연기로 불발됐다.

이러한 정부의 오염수 방류 찬성에 비해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연합뉴스가 7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정부의 오염수 방류 대응에 대해 67%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정부가 보낸 오염수 현지 시찰단은 시료조차 채취하지 못하고 일본의 설명만 듣고 왔다.

일본 어민들도 위에 적시한 대로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우럭에서 세슘이 허용치의 180배가 검출된 사실에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데, 오염수 걱정을 괴담으로 치부하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

일본은 안전하다는 오염수를 해저터널까지 만들어 먼바다로 방류하는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안전하다면 그냥 하수 정화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듯 그냥 쏟아내면 될 일이다. 오염수를 해류에 실어 보내기 위해 비용을 들여 터널을 마련한 듯하다.

정부가 일본 정부의 들러리를 선다는 말까지 감수하면서 방류를 묵인 내지는 동조하는 이상한 기류에 국민은 불쾌하고 우려한다. 하나마나인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조사 보고서는 물론 안전하다라고 나올 것이다. 이미 한통속이므로.

방류가 시작되어도 당장 어떤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해류를 타고 흘러오면서 더 희석되어 우리 어류에서 핵물질이 검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 방류가 앞으로 1~2년에 끝나지 않고 수십 년간 계속되는 게 문제다.

방사능물질은 생물의 몸에 들어오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 기간 배출되지 않고 축적된다고 한다. 약한 방사능 물질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축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려되는 이유가 바로 축적 때문이다.

한때 언론을 통해 후쿠시마 인근의 농업생산물이 돌연변이로 기형을 보이는 현상이 SNS 등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우럭 오염사례 외에도 몇 차례 세슘에 오염된 생선 문제가 각급 언론에 공개되어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앞에 세슘 18,000베크렐이 검출된 우럭이 잡힌 기사와 관련한 세슘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안정 동위원소와 다른 방사성동위원소로 알려져 있다. 세슘은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과 토륨의 분열 생성물의 하나라고 한다.

세슘은 국내 식품 내 기준 허용치는 100베크렐이다. 180배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우럭말고도 수산물과 농산물은 결코 안전하다고 믿을 수 없을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막을 때는 아니라고 본다.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 일본이 오염수를 지상 탱크에 가두어 더 오랜 시간 피폭량을 줄인 다음에 방류하도록 말려야 한다. 그들을 위해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우리와 자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이 일은 정권의 일이 아니라 우리와 후손들의 장래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오염수 방류와 함께 문제가 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제한 문제도 정부나 대통령의 생각대로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과거 일본의 강점기 만행에 대해 100년 전 일이라는 말로 쉽게 풀어버린 일도 역사는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다. 국민감정을 마음대로 흩트려버릴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5년짜리 정부가 너무 많은 결정을 내놓고 있다.

내 맘대로 결정하고 비위 맞추는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 결정에 따르던 시대가 있었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의 정치가 그랬다. 지금 역사는 그 시대를 군부독재와 신군부독재 시대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