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정점에서

2022-06-29     신영배
신영배

6월 마지막날이다. 벌써 2022년 전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6.1. 지방선거에 따라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71일 취임하게 되므로 제7기 지방자치단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날이기도 하다. 어쩌면 새로운 자치 시대가 그 첫 얼굴을 보이기 위해 마지막 진통을 겪는 시간일 것이다.

당연히 설레고 기대하는 시간이어야 할 터인데도 전북인들의 심사는 즐겁지 않고 기대감도 별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의 빈약한 인적자원과 처한 상황에 실망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어쩌다 우리 지역이 민주당의 텃밭으로 길들여져서 다른 선택지가 난해한 지역이 되었는지 안타깝다.

민주당 중앙당 인사 몇몇이 우리 전북의 내일을 멋대로 자르고 붙이는 마름질을 보고도 막아내지 못하는 무력감에 스스로 실망감에 젖기도 한다. 그런 마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율로 나타났고 우리의 가슴에는 한 덩어리 분노가 심어졌다.

이런 현상은 우리만 겪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 영남지역에서도 심각한 탄식으로 비어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자질조차 안되는 인물들이 특정정당 명찰만 가슴에 붙이면 당선되는 기 현상을 놓고 지역의 내일이 걱정된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오랜 양대 정당 편중 현상 때문에 참신한 정치인들이 정치권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다. 결국 우리 정치는 아직도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정당의 이익을 위해 악용되고 선택의 자유를 잃은 엉터리 선거에 실망해 참정권을 포기하는 변질한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떠나는 이들의 수고에 고마움을

 

민선 제7기를 끝낸 이들이 모두 퇴임식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김승환 교육감은 28일 전북도교육청 앞마당에서 치러진 퇴임식에서 지난 12년간 부정부패에 얼룩진 전북교육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돌아보면 그의 시대에 전북교육은 과거 어느 때보다 깨끗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리고 이환주 남원 시장, 황숙주 순창군수가 3선 연임을 무사히 마치고 퇴임했다. 3, 12년 동안 자치단체를 이끌어가는 일은 선거를 세 번 치르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만큼 인정받도록 성과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애쓰셨고 고맙습니다.”라고 주민들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송하진 도지사와 전주시 김승수 시장, 완주군 박성일 군수는 3선의 길에서 내려왔다. 자의반 타의반(自意半 他意半)이라는 옛 정치 일화가 얼핏 떠오르면서 오래 공직을 걸어온 그들에게 수고하셨다.”라는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특별히 정치 일선에서 은퇴를 선언한 송하진 도지사의 3선 불가를 가장 먼저 주장했던 필자로서는 뭐라고 적절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다만 송 지사의 결심이 전북발전의 전기로 역사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성일 완주군수, 두 분은 행정 성과가 남달랐고 시민들의 여론도 나쁘지 않았음에도 과감히 3선 열차 티켓을 포기한 용기에 박수를 드린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멈추어 힘을 비축하는 혜안(慧眼)이 부럽다.

좋은 모습으로 박수 칠 때떠날 수 있는 것도 복()이다. 의욕을 갖고 뭔가 해보려고 들어섰다가 애만 쓰고 성과는 내지 못하거나 원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중도 하차한 일부 시장 군수, 욕심이 부른 결과에 책임만 안고 물러나는 이들에게도 위로를 보내고 싶다.

 

새 시대의 주인은 국민이다

 

조선 시대, 임금이 임명한 고을의 수령은 임금을 대신해 백성을 다스리는 사명을 갖고 일했다. 산천과 백성, 만물이 임금의 것이었으므로 명을 받아 다스리는 관리(官吏)라고 했다. 관리는 벼슬이었고 백성을 가르치고 먹이고 이끄는 사람이었다.

선거를 통해 지역의 행정 책임자로 뽑히는 단체장은 지역을 다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일꾼이다. 이런 정의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막상 단체장으로 선출되면 금세 마음이 달라져 시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실패하는 단체장 대다수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절대권력을 쥐었다고 착각한 사람들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디가 가려운지 살피고 해결해주는 단체장이 성공하는 단체장이다. 선거에 당선하면 권력을 쥐는 게 아니라 짐을 지고 주인을 따라가는 머슴이 된다.

민선 7기를 무사히 보내고 3선에 성공한 익산의 정헌율 시장과 임실 심 민 군수, 재선에 성공한 군산 강임준 시장, 부안 권익현 군수, 진안 전춘성 군수, 무주 황인홍 군수를 보면 그들이 어떤 자세로 일했는지 짐작하고 남는다.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마 시커멓게 타서 거의 숯이 되었으리라고 짐작한다. 넘어온 고비와 구비가 얼마나 가파르고 위험했을지 필자로서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 목적이 자신의 선거를 위해서 일 수도 있고 주민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우범기 전주시장, 김제 정성주 시장, 남원 최경식 시장, 정읍 이학수 시장, 완주 유희태 군수, 고창 심덕섭 군수, 순창 최영일 군수, 장수 최훈식 군수 당선자가 71일 취임한다.

6개 시장 군수가 재선했고 도지사와 8개 시장 군수가 바뀌었다. 바뀌어야 한다는 도민의 열망이 반영된 선거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도민이 원하는 사람으로 바뀐 게 아니라 대부분 민주당이 원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들이 과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리더로 적합한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끝으로 이제 새로 시작하는 민선 8기 단체장과 교육감은 지난 시대의 패러다임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길목에 선 안내자라는 사명을 잊지 말기 진심으로 바란다. 특별히 전북은 타지역에 비해 모든 상황이 불리한 여건이다. 따라서 교육감, 단체장은 물론, 지방의회와 전북도민 등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형편임을 절대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