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라는 벽 앞에서

2021-05-16     전주일보

결국은 내려오거나 추락할 것을
정상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힘들구나
라고 생각하지 마라
저것을 보면 안다 잿빛 벽을 타고 번져가는
실핏줄 같은 숨 가쁜 꿈틀거림 입춘부터 입동까지
담쟁이의 한 호흡이다
수천 개 잎들의 아우성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절망이라는 벽 앞에 섰을 때
그것은 절벽이 아니라
결국 오를 수 있는 희망봉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저 담쟁이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서로의 살을 맞대고
발끝에 힘을 주어 암벽타기를 한다
수단보다 먼저 목적을 찾는 인간들에게
삶은 같은 방향을 보며
너와 내가 함께 벽을 넘는 것이라고
푸르게 외친다
내려오거나 추락하는 일이 끝내는 쓸쓸한 일일지라도
담쟁이는 잿빛 벽을 웅켜잡고
정상을 향해 악착같이 기어오른다

 

인간들은 살아가면서 한번쯤 절망을 맛본다, 절망은 모든 것을 밑으로 끌어내린다. 자신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절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약함을 발견하고 스스로 두려워져 자신을 기피한다.

의식의 껍질을 깨고 끝까지 들어가면 거기에는 두려움도 절망도 없다는 것을 모른다. 절망은 피상적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정신적 절망이다. 살면서 상처를 받을 때 절망한다. 절망은 우리를 부정적 의식으로 이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에서 절망의 그림자를 지워야 인간관계에서 절망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절망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을 회복하는 쓴 약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처해 있는 자리를 깨닫게 하는 죽비다. 절망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때 희망이 보인다. 절망은 사랑과 평화를 위한 필연이다.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절망은 도피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당히 맞설 때 해결할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하고 고통스럽다고 외면하면 평생 그 문제에 시달리며 살게 된다. 해답을 찾기 전까지 현실과 머릿속에서 괴롭힐 뿐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 할지라도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도 발견하게 된다. 절망은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는 바닥에 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이때부터 희망의 삯이 트기 시작한다. 절망을 절망하지 마라. 절망은 절망을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