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이면
2021-03-16 전주일보
귀 기울이면
새가
벌레 먹는 소리
귀 기울이면
새가
열매 먹는 소리
귀 기울이면
새똥
떨어지는 소리
<감상평>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새끼 키우는 모습을 보며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마루에 수북이 떨어진 제비 똥을 치우느라 고생하시면서도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으셨습니다. 멀리 떠났던 제비가 다음 해에 찾아오면 무척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지금은 마음씨 고운 할머니도 돌아가셔서 안 계시고 제비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요즘 우리는 하루하루 바쁘게 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앉아서 주위의 소중한 사람과 자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진규 어린이가 순수하고 맑은 마음과 귀로 새의 소리를 듣고 멋진 동시를 지었습니다. 화려하게 꽃망울 터트리는 꽃만 보다가, ‘맞아, 새도 있었지!’ 하고 깨달았습니다.
새는 우리와 가까이에 삽니다. 그런데 별로 관심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진규 어린이가 쓴 동시 마지막 연의 ‘귀 기울이면/ 새똥/ 떨어지는 소리’를 읽으며 반성을 하게 됩니다. 차에 새똥이 떨어져 있으면 짜증을 냈었는데 갑자기 미안해집니다. 진규 어린이처럼 새가 벌레 먹는 소리, 열매 먹는 소리, 새똥 떨어지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마음의 눈을 키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