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2020-12-13     전주일보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
눈처럼 하얀 털장갑에 눈보다도 하얀 목도리를 두르고
그대는 소녀가 되고 나는 소년이 되어
순백의 골목을 지나
빨간 우체통이 편지를 기다리는 우체국 앞에서
그래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
그건 허공으로 퍼지는 신음 같은 말
첫눈이 첫사랑처럼 내려도 우리는 만날 수 없음을
거리가 멀어서도 아니다 더더욱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첫눈 내리면 약속보다 먼저 슬퍼질 우리들
불현듯 생각해내야 할 한 마디
우리는 건너지 못할 강가에 얼어붙은 채 서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륜스러운 그래서 슬픈
그대는 화단에 곱게 핀 한 송이 꽃 그리고 나는
쓰다듬어 줘야 할 꽃들이 많은 화부花父이기 때문이다.
첫눈이 내리면
서로의 육신을 빠져나간 영혼이 되어
보내지 못할 그리움의 편지 한 장 들고서
만나자는 그 약속 첫사랑처럼 녹아내릴지라도
우리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

 

누군가가 무언가를 할 것인지, 아니면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미리 정하는 행위인 약속約束은 맹약盟約이라고도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약속을 하게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약속은 만남의 약속이다.

학생들과 선생님의 만남, 거래처와의 만남 외에도 문학회ㆍ향우회ㆍ동창회ㆍ산악회 등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약속을 한다.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나 큰일을 기대할 수 없다.

한때는 부끄럽게도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시간을 생명으로 여기는 외국인과의 만남에서 수십 분 내지 한 시간씩 늦어 미안하다는 말로 얼버무렸던 우리 모습이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 국민들은 시간 약속을 칼같이 잘 지키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차가 막혀서, 갑자기 손님이 찾아와서’ 라는 이유를 달며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은 적선하는 사람이며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존경 받을 것이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일이야 말로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존중하는 기본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약속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는 것이다. 진심은 어디서든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