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
2019-02-10 전주일보
아들이 리어카를 끌고 비탈길을 올라갑니다
힘들겠다 아들아
늙은 아버지가 젖 먹던 힘으로
뒤에서 밀어줍니다
리어카도 알았다는 듯이
끙끙대며
두 바퀴에 힘을 보탭니다
비탈길이 넙죽 엎드려 길 환하게 열어줍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 아들이 어디 있겠소?’ 도스토예프스키Dostoyevsky의 작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중 이반의 말이다. 끔찍하고 두렵다. 요즘의 아들은 아버지와 소통이 잘 안된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일이 생기면 조언 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와 대화할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그럴 생각조차 없다. 극명한 단절이다. 아버지는 먼저 아들의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그런 후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아야 한다. 아버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경험담과 실패 사례다. 유태인들의 자녀 교육처럼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훌륭한 아버지는 입이 훌륭한 아버지가 아니라 행동이 훌륭한 아버지다. 행동이 훌륭한 아버지야말로 스승 중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