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이라는 이름은 전북인들에게, 특히 부안과 김제, 군산시민들에게는 한 때 온갖 것을 다 주고라도 이루어야할 희망이었고 미래였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황금알을 낳아줄 거라고 믿었기에 모든 손해를 감내했고 신앙처럼 믿고 기대했다.
세계 최대 간척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지난 2004년이면 사업이 완공돼 거대한 땅이 생겨나고 그곳에 대륙과 연결하는 최대의 물류 단지와 동부 아시아의 운송 허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35년, 2004년에 완공한다던 사업은 20년이 더 지난 2024년에도 구정물이나 넘실거리는 바다일뿐이다. 배출된 오염수에 앞바다는 황폐화하고 해안 침식과 수질 악화로 이어져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던 아름다운 땅의 이름은 진작에 사라졌다.
천혜의 어장 등 모든 것을 대 내어주고 정부를 믿었던 결과가 지역 황폐화만 불러왔고, 아직도 정부와 전북도는 수변도시의 조성공사 등으로 헛꿈을 꾸고 있다. 지방선거, 대선 할 것 없이 후보자들은 새만금을 전가보도(傳家寶刀)처럼 내세웠지만, 선거 후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새만금이라는 ‘노루 친 막대기’를 30년 넘게 우려먹고 또 우려먹는 과정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 부안군은 당시 인구 10만 명을 내다보았는데 지금은 48,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지금 이 순간도 줄어들고 있다.
새만금 접경 3개 시군 가운데 부안군은 가장 심각한 피해 지역이다. 정부는 새만금 사업을 통해 부안군 지역에 생성된 농생명용지 7공구를 농업용지로 활용하기 위해 농지 임대 계획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이 남아돌아 쌀값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도 농업용지를 고집한다.
새만금 사업으로 조성한 용지가 산업용지로, 수변도시 지역으로 만들어지는 가운데 유독 7공구만 농업용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7공구와 부안군에는 이미 해상풍력 2.4GW, 수상태양광 발전 2.1GW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도 확보했다.
에너지 자원까지 확보한 산업적지에 농업용지로 지정해 농사를 짓게 한다는 터무니없는 발상은 무엇인가? 얼마 전에 전남과 전북에서 생산한 전기를 볼썽사나운 송전탑을 세워 수도권으로 끌어가는 계획에 전북 주민 모두가 반발했다.
땅값이 저렴한 새만금 산업지구에 공장을 지으면 송전탑 문제 또한 쉽게 해결될 일이다. 공장을 짓기 가장 좋은 적지가 바로 7공구 산업용지다. 7공구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친환경 산업단지 조성에 최적지라는 말이다. 값싼 토지에 친환경 재생에너지까지 확보한 7공구야말로 적지 중에 적지 아닌가?
그러므로 정부는 새만금 기본계획(Master Plan) 재수립 과정에서 7공구를 산업용지로 전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친환경 산업단지(RE100)로 조성해야 한다. 7공구 산업단지는 부안과 전북을 넘어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본산으로 성장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7공구를 농생명 용지에서 산업용지로 조성해 부안과 전북, 새만금 사업의 성공으로 유도하는 과정은 단순한 국토이용 계획의 변경이 아니다. 여태 터덕거리고 바닥을 맴돌던 전북특별자치도가 새로운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일이다.
또 갖추어진 여건을 큰 비용이나 수고를 들이지 않고 활용해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려운 길을 찾는 게 아니라 훤하게 뚫린 길로 가자는 말이다. 값싼 땅에 준비된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두고 지역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끌어가느라 막대한 돈을 들이고 주민의 건강까지 해치는 구상이야말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이다. 길을 두고 메(山)를 택하는 어리석은 구상, 오로지 수도권 집중으로 치닫는 바보짓은 그만하자.
이 일은 부안군 만의 일이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특별해질 수 있는 기회이고 특별자치도 특별법에 포함해야 할 지상 과제다. 그래야 새만금 사업이 완성될 수 있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결국 7공구가 산업용지로 지정 되어야 새만금 사업의 완성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수변도시 조성 사업을 완료해 수변도시가 만들어질 경우, 그 수변도시 주민들의 근무지나 수익 창출의 근본은 산업지구와 7공구 친환경 산업단지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새만금사업이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무려 35년 동안 우리 전북인의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로 남아 체증처럼 답답하던 이름 ‘새만금’을 제7공구 산업단지 지정으로 종결지을 절호의 기회다.
아울러 새만금 내해에 언제나 해수가 드나들어 내해를 살려야 새만금 사업 후유증을 극복하고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지금처럼 내해가 썩어서 악취가 풍길 때에 가끔 수문을 열어 썩은 펄을 내보내는 방법으로는 새만금을 살릴 수 없다.
이 일은 어민 모두의 소망이자 새만금 사업이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내해가 완전히 썩어 회복 불능의 시기에 이르면 해수를 유통해도 몇십 년 후에나 깨끗해진다.
더 늦기 전에 낮은 지역을 보완하여 돋우고 해수가 상시 유통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수변 도시를 조성해도 악취나는 구정물 내해 옆에서 살 사람이 없다. 상류에서 아무리 깨끗한 물이 내려와도 물이 흘러나가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다. 조수가 드나들어 물고기가 살아 움직여야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다.
새만금이 진정 새로운 만금의 땅으로 살아나려면 7공구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해수 유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일도 지금 정부의 기본 계획 수정에 맞추어 진행하면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래야 부안군과 전북자치도, 새만금이 모두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