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醬)은 어머니의 자부심이었고 음식의 중심이었다. 장맛은 집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인심의 근본이 되었다. 장은 보통 간장을 이르는 말이지만 된장, 고추장, 즙장(汁醬), 어장(魚醬) 등 발효과정을 거치는 음식소스를 통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 전통 장(醬)의 명가 고스락 대표 김현정 씨
고스락 대표 김현정(여‧63‧법인명 다송리 사람들)씨는 전통방법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 천연식초를 만드는 일에 삶의 후반을 통째로 내놓고 산다. 아파트와 젊은 세대가 늘면서 우리 전통의 맛을 잊고 사는 이들에게 ‘우리 본래의 맛’을 이어주겠다는 일념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 오랜 준비 끝에 2008년 처음 메주쑤고 장 담가
김 대표는 1985년에 ‘이화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기 시작한 함열읍 다송리의 볕 잘 들고 야트막한 2만평 대지에 장독을 들여와 세우고, 묻으며 장을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장독을 구해 차근차근 모아가며 간장을 생산할 준비를 마친 김 대표는 2008년에 ‘영농조합법인 다송리사람들’을 설립하여 농민들과 계약재배로 유기농 콩을 생산하게 하고 2009년부터 그 콩으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장을 담가 최소 2~3년간 숙성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꾸준히 장독을 구해 들여와 독의 수를 늘여가다 보니 자금이 바닥났다. 농가에 콩 값을 지불하고 장독을 사들이고 묻고 설치하여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끝없이 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하여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까지 김 대표는 말 못할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렇게 몇 해를 버틴 끝에 마침내 자본이 더 투입되지 않게 되고, KTX 관광 상품과 연계되어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입소문을 타고 매출도 빠르게 성장했다.
유기농 콩을 활용한 메주를 생산하기 시작해 매년 20여 톤의 콩을 삶아 25,000여개의 메주를 만들고, 이를 항아리에 담아 간장과 된장을 담그고 있다. 또 전통방식의 항아리에서 2~3년간 숙성기간을 거쳐 간장 20여 톤, 된장 20여 톤, 고추장 3톤, 식초 10톤 등 완성품을 생산한다.
특히 최근 들어선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양파 식초와 현미 식초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쌀 소비를 위한 곡물식초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검정 쌀을 통해 흑미 식초를 생산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공장도 증설 중이다.
○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고스락 항아리정원
고스락은 단순한 장 생산 시설이 아니다. 김대표는 전통장과 함께 마한의 옛터전인 익산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멋진 ‘항아리정원’을 만들기 위해 ‘이화동산’이라는 정원농장을 구상하였다. 전국의 오래된 장독을 구해 멋진 정원을 만들고, 그 장독에 우리 본래의 맛을 이어가는 전통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어 담는 일은 단순한 돈벌이의 차원을 넘어선 역사의 부름이었을 듯하다.
익산의 새 명소로 자리 잡은 ‘고스락’에 들어서면 누구나 몇 번이나 “야!”하는 감탄사를 내게 된다. 처음 들어서면 자연석에 새겨진 고스락이라는 이름과 소나무와 담장의 조화에 감탄하고, 조금 더 둘러보면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항아리를 사열하는 느낌에 다시 감탄사를 발하게 된다. 하늘과 소나무와 장독과 기와용마름을 얹은 담장이 사람을 밀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느낌에 흐뭇해지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거기에 있다.
전국에 몇 군데 장류를 생산하는 대규모 장독을 갖춘 시설들이 있지만, 고스락처럼 자연과 인간과 전통의 조화를 느끼는 곳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장독 한 개, 나무 한 그루, 석물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자리에 있기에 그 안에 사람이 들어서서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 목표는 "전통의 느낌이 드러나는 식품 체험공원 조성"
김 대표는 3,500개의 항아리와 연매출 7억원, 방문객 3만명이 이사업의 목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마음속 목표의 60%를 이루었는데, 앞으로 남은 40%가 정말 지역발전과 우리 것을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동에서 만나는 전통의 느낌을 고스락에서 느낄 수 있도록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며 “방문객들이 찾아와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전통 장 사업을 추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지금도 열심히 항아리들을 찾고 있으며, 2만5,000평의 항아리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과 치유의 기쁨을 누리고, 전통식품을 배우는 자리로 만들어 “시민들이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원으로 꾸며 전북의 자존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김 대표는 말을 맺었다./익산=소재완 기자